최저임금법 개정에 참여한 여당 의원이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지우게 됐다며 사과했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2020년 최저임금 확정 고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입법기관으로서 저의 책임을 인정하며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87%, 240원 오른 시간당 8590원(월 환산액 179만5310원)으로 5일 확정됐다. 서 의원은 “이번 결정과 고시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유효한 결정임을 인정하고 그 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 인상수준 자체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함으로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조정여지를 부여한 개정법 변수와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 됐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측이 입법의 피해를 볼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서 의원은 “저는 지난해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서 법안소위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일정수준 이하 상여금은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포함하도록 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고, 또한 거기에 복리후생비 일부까지 포함해 단계적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하자는 야당안을 추가한 법률개정안의 의결에 참여한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서형수 의원 블로그
▲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서형수 의원 블로그

지난해 5월 국회 환노위가 의결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월환산액의 25%, 복리후생비(식비·숙박비·교통비 등)는 7%를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킬 수 있는데, 제한 기준은 단계적으로 완화돼 2024년엔 전체 금액이 산입범위에 들어간다. 노동계에선 ‘상여금 쪼개기’를 합법화한 ‘개악’이라 비판했다. 예컨대 분기마다 1회 지급되던 상여금을 매월 조금씩 쪼개서 주면 그만큼 기본급을 덜 주면서 총액을 맞출 수 있기에 임금 인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당시 국회는 노사정 입장차와 여야 이견 속에서 최저임금의 적정한 인상이 가능하도록 하되, 최저임금 인상을 충족할 정도의 기본급 등 외에 별도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상당한 정도 지급하고 있는 경우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부터 혜택과 부담을 다소 완화해주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사용자로 하여금 최저임금의 적극적 인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노동계에 대해서도 임금체계 단순화를 선호하도록 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추가입법으로 바로잡을 것을 깊이 숙고하겠다”고도 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한 의원들 중에서 유감이나 사과를 밝힌 건 서 의원이 유일하다. 서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산입범위를 넓히는 것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사용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용자 측 부담도 조금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산입범위를 넓혔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목표치에) 훨씬 못미치게 됐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 부담이 줄길 바랐는데 무산돼 입장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입장까지 따로 내게 된 배경을 두고 “환노위(고용노동소위) 때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수정안을 내가 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항상 마음에 걸려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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