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사측과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1차 교섭을 시작했던 현대차노조가 7월19일 16차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7월24일에 교섭 결렬에 따른 노동쟁의(파업) 발생을 결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노조는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요. 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의 약 83.9%가 참여한 투표에서 약 70.5%가 찬성했습니다. 현대차노조는 5일부터 약 일주일간의 여름휴가 이후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현대차노조는 2019년 입금 및 단체협약의 협상 요구안으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규직 인원 충원, 최장 만 64세로 정년 연장 등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이에 현대차 사측에서는 막대한 인건비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추석 전까지는 현대차노조와 사측 모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뉴시스 <현대차 노조 휴가 이후 파업 준비…사측 “협상 열려 있어”>(8월1일)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휴가 이후에도 노사가 협상할 수 있는 테이블은 항상 마련돼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면 대화의 장을 통해 의견 차를 좁혀가는 절차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노조는 <보도자료-헌법과 노동법에 보장된 합법적인 단체행동권 확보와 행사에 대해 개념 없이 왈가왈부 하지 마라!>(7월30일)에서 보수언론의 보도행태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현대차노조는 헌법과 노동관계법에 따른 합법적이고 정당한 단체행동권 확보 절차를 완료했다.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합법적인 쟁의를 통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이를 마치 불법적이고 부당한 파업수순을 밟고 있는 양 왜곡하고 보도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것인데요.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에서는 TV조선과 MBN이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

팰리세이드 공급 부족을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과장 

TV조선 <줄줄이 파업 예고…車 산업 ‘벼랑 끝 위기’>(7월31일, 김지아 기자)에서는 팰리세이드 주문에 비해 공급이 차질을 빚는 문제의 책임을 모두 노동조합에 돌리는 듯한 기자멘트가 문제였습니다. 김지아 기자는 “상반기 현대차의 실적 반등을 이끈 신형 SUV입니다. 차를 받으려면 계약 뒤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주문이 밀렸는데도 생산을 늘리는 걸, 노조가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다 떠나버린 한국과 미국 소비자가 2만 명이 넘습니다. 최근 들어 노조가 증산에 합의하며 생산에 숨통을 틔는 듯 했는데, 파업이란 또 다른 암초를 만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지난 7월31일 현대차노조 파업이 자동차산업 발목 잡는다고 보도한 TV조선.
▲ 지난 7월31일 현대차노조 파업이 자동차산업 발목 잡는다고 보도한 TV조선.

 

그러나 팰리세이드 공급 차질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노조에게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6월 팰리세이드 미국 출시와 함께 공급부족이 심각해지자 사측은 기존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인 울산 4공장에 더하여 울산 2공장에서도 공동 생산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4공장 대의원들이 증산에 반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7월18일 노사는 울산 4공장에서 생산 중인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2공장에서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TV조선은 “최근 들어 노조가 증산에 합의”했다고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주문이 밀렸는데도 생산을 늘리는 걸, 노조가 반대했기 때문”에 “기다리다 떠나버린 한국과 미국 소비자가 2만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의 상식으로는 자동차 회사에서 주문이 밀릴 정도로 잘 팔리는 차를 왜 빠르게 증산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이를 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하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내용을 설명할 때에는 보도가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줘야 합니다. 

현대차 노동자는 ‘귀족노동자’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이들의 기본급은 총액 임금의 30%수준,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합한 통상임금도 총액임금의 5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장근무와 특근이 없어지면 임금이 매우 줄어드는 기형적인 임금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현대차는 생산량을 높이거나 공장을 증산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가 심의 의결하도록 정해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팰리세이드 증산을 위해 기존 울산 4공장에 더해 울산 2공장에서도 공동생산을 하게 되면, 4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이 임금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러니 노동자들 입장에선 사측의 2공장 공동생산 제안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죠.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전력이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사측이 4공장에게 신차 공정을 투입하겠다며 4공장이 주력 생산하던 그레이스의 생산 공정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으로 넘긴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4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의 판매부진이 장기화되면서 4공장 노동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휴일이면 다른 공장으로 특근 지원까지 다녀야 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이번 팰리세이드 증산 합의에서도 노사는 △2공장에서의 ‘팰리세이드’ 생산량이 4공장의 생산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 △‘팰리세이드’ 후속 차종은 4공장 투입을 원칙으로 하는 것 △4공장 주체의 고용안정위원회를 고용안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인정하는 것 등의 조건에 합의를 했습니다. 이처럼 자동차 생산공장을 증산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님을 언론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많은 국민이 노조에 대해서 ‘잘 팔리는 차를 만들지 않고 버티는 해사행위자’들로 인식할 우려가 있습니다.

게다가 팰리세이드 공급 차질의 근본적 원인은 그저 차의 인기가 좋다는 것입니다. 실제 탑라이더 <팰리세이드 출고 적체 1년, SUV 시장의 포식자>(2월16일)에 따르면, “펠리세이드의 누적 계약대수는 이미 5만 대를 넘어서 올해 내수 배정물량을 초과”, “현대차가 당초 계획한 팰리세이드의 판매목표는 내수 4만 대, 수출 3만 대 등 총 7만 대”라고 나옵니다. 또한 “특히 (팰리세이드 생산에 필요한) 20인치 미쉐린 타이어의 수급 부족”으로 “현대차는 20인치 타이어 공급사를 미쉐린 단일 제품에서 브리지스톤까지 확대”한다는 사실도 나오는데요. 다시 말해서 TV조선의 보도처럼 현대차노조가 증산에 빨리 합의해주지 않아서 “기다리다 떠나버린 한국과 미국 소비자가 2만 명이 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대차의 목표치를 뛰어넘는 팰리세이드의 판매량과 팰리세이드 생산에 필요한 부품 부족 등으로 주문량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계약을 취소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노동자 권리 얘기하는데, ‘전 국민이 뭉쳐도 모자랄 판에 또 파업’이라고요?

한편, MBN <“뭉쳐도 힘든 시기에”>(7월31일, 이상주 기자)에서 김주하 앵커는 노골적으로 노조의 쟁의행위를 비판했습니다.

김주하 앵커 : ‘일본보다 더 나쁘다’, ‘전 국민이 뭉쳐도 모자랄 판에 또 파업이냐’, 70% 넘는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한 현대차 노동조합을 향해 네티즌들의 쏟아낸 불만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8년째 파업을 하는 게 옳은 결정이냐는 겁니다.

리포트에서도 파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의 시민 목소리만 녹취 인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차의 파업 가능성에 국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면서, “연봉도 만만치 않고 경제도 어려운데 더 달라고 요구를 한다는 게. 자기네 욕심만 챙기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현대차노조 파업 관련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부정적인 댓글을 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지난 7월31일 현대차노조 파업 가결 보도하며 부정적 댓글 전하는 MBN
▲ 지난 7월31일 현대차노조 파업 가결 보도하며 부정적 댓글 전하는 MBN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이나, 현대차노조 파업에 부정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들이나, 모두 현대차노조가 파업에 임하려는 이유와 파업 결정에 이르게 된 과정을 제대로 알고 비판했던 것일까요? 실제 우리 언론을 통해서는 현대차노조가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지난 5월 30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해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고, 지난 7월 19일 16차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 찬반투표를 벌였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파업을 안 해야만 선일까? 

MBN 이상주 기자는 보도 말미에 “반면 일본의 도요타는 1962년 이후 57년간, 닛산과 혼다 등은 1970년대 이후 파업이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수년간 파업이 없었던 일본 자동차 산업에 비해 우리 자동차 산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년간 자동차 판매량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 폭스바겐도 파업 사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경제 <독일 폭스바겐, 노사 매주 한 번씩 회동…10년 무파업>(2005년 4월11일)에 따르면, 폭스바겐도 파업 사태를 겪었지만, 노사가 매주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을 정례화하면서 파업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상주 기자의 보도대로라면, 1962년 이후 57년간 파업이 없었던 도요타와 1970년대 이후 파업이 없었던 닛산과 혼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나 판매량이 모두 1위여야 맞지 않을까요?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무리하게 노조의 파업 여부만으로 결론 지으려 하며, 현대차노조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담으려 한 보도의 무리수로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3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문의 : 박진솔 활동가 (02) 392-0181

※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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