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두고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 전 세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게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한 뒤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국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국제적으로 고도의 분업체계 시대다. 나라마다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는데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되며 결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고 경고하며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모습. ⓒ청와대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모습.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일본은 당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다가,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고 그때그때 말을 바꿨다. 그러니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다”며 “일본 주장과 달리, 국제평가기관은 한국이 일본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훨씬 엄격하게 잘한다고 평가한다.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경제보복이다.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시킨 것으로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이 되는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앞서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올해 전 세계 200개국을 대상으로 전략물자 무역관리를 평가한 순위에서 한국은 17위를 차지하여 36위의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성 경제조치에 대한 국내조치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 대책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반적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까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내놓은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살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100분간 이어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아세안·인도 등 시장 다변화, 미래비전 제시, 중소기업 지원 확대, 인력양성, 신중한 지원의 필요성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진단하며 한국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어놓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단기대책부터 장기대책까지 준비하고 발표해 왔다. 물론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품목의 수출허가를 내준 것은 수출규제를 전격 단행한 지 34일 만이다. 이 총리는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뒤 “우리는 일본의 경제 공격이 원상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매일경제는 “일본 정부가 한달여만에 수출허가를 내준 것은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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