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28일부터 시행된다. 한국 주요 언론은 이러한 일본의 결정을 일제히 1면으로 다뤘다.

일본이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외 추가로 개별허가를 요구하는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것에 한국 언론은 당장 타격을 받을 분야는 제한됐지만 일본이 확전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이유로 언론은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 등을 꼽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일본의 조치 이후 일감 몰아주기나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 개정 방안 논의, 주52시간제 등에 규제 완화 분위기가 나오는데 일본 사태를 빌미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양상훈 칼럼으로 여전히 기업 규제 때문에 ‘나라 말아먹는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썼다.

다음은 8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 1면의 일본 수출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일본, ‘화이트리스트’ 품목 추가지정 안 했다”
국민일보 “규제 품목 추가 않고 ‘무기’로 남겨둔 일본”
동아일보 “추가 규제는 없었지만 ‘언제든 보복’ 열어둔 日”
서울신문 “日시행령 공포한 날…文‘기술로 위기 넘자’”
세계일보 “정부 ‘日 수출우대국제외’ 맞대응”
조선일보 “애매한 日 규제시행령, 혼돈에 빠진 산업계”
중앙일보 “일본 추가규제 안했다, 재계는 ‘불확실성 여전’”
한겨레 “일, 추가 도발 없었지만 불확실성 여전”
한국일보 “일 수출규제 ‘개별허가 품목’ 추가는 안했다”

▲8일 동아일보 1면.
▲8일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은 “이번 조치가 일본이 확전을 자제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일본 정부가 3개 품목의 개별허가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언제든지 추가 규제를 하고 품목 선정이나 심사기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단을 쥐게 됐기 때문”이라고 썼다.

3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그 이유를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다분해 보인다”며 “‘자유무역역행’ 등 비판이 비등해있고 이런 상황에서 추가 조치를 취하기에는 일본 정부가 내세워온 명분과 맞지 않고 국내외 여론 동향에도 마이너스라고 판단했음직하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도 1면 기사에서 “예상보다 낮은 강도의 시행령에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와 글로벌 공급체인 내에서 자국 기업들이 겪을 피해를 의식해 숨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김포의 정밀제어용 생산 감속기 전문기업 SBB테크를 방문한 것을 1면 머리기사로 뽑고, 문 대통령이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의 부당성은 반드시 따져야 될 문제이지만 별개로 국민과 기업은 반드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경제와 산업을 더 키워 내실거라 믿는다”는 발언을 전했다.

▲8일 서울신문 1면.
▲8일 서울신문 1면.

한국 역시 일본의 조치에 따라 8일 일본을 수출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개정안’을 정부 안건으로 다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다루고, 안건이 통과되면 다음달 중 시행될 예정이라고 세계일보는 1면을 통해 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 등을 제한적 허용하면서 ‘공정경제’ 기조가 흐트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경향신문 5면.
▲8일 경향신문 5면.
▲8일 경향신문 5면.
▲8일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은 5면 기사에서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이 담겼다며 “이는 정부가 추진해온 공정경제 기조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면에서 일본 수출규제 빌미로 주52시간 마저 흔들린다며 국회에서 유연근로제 확대 논의를 하는 것을 비판했다. 사설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겨레는 6면 기사 “‘이 틈에 환경‧노동 규제 풀자?’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 목소리”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방침이라는 한시적 조처들을 내놓은데 이어 여권 일부에서 법개정 검토 주장이 나오면서 일본의 보복 조처가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악용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8일 한겨레 6면.
▲8일 한겨레 6면.
▲8일 한겨레 사설.
▲8일 한겨레 사설.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증설 시 인허가 기간이 당겨지고 연구개발용 물질의 등록절차도 최소 정보만 제출하면 된다. 주52시간 관련도 법 개정 없이 기업들이 주52시간제 예외조항을 폭넓게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한 적 있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한정애 의원이 “이 사태를 빌미로 경영계가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을 소원수리 방식으로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지적을 전했다.

한겨레 역시 이날 사설에서도 “일본 도발에 대처하는 일은 시급하지만 오랜 논의 끝에 가까스로 마련한 각종 사회적 안전판을 마구잡이로 허물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8일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8일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반면 조선일보는 이날 양상훈 칼럼 ‘나라 말아먹는 게 이런 건가요’에서 문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며 “소득 주도 성장과 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모는 정책들이 2년 반 만에 만들어낸 결과”라고 썼다.

이어 “민노총은 경제를 말아먹고야 말 태세인데 정권은 그 민노총의 비호세력과 같다”며 “신산업은 규제와 기득권 저항에 막혔다. 정부는 방관자다. 이렇게 몇 년 더 가면 정말 ‘말아먹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한 대기업 임원은 주52시간 근무시간 위반 처벌이 ‘나라를 망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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