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종료 ‘방송계 갑질 119’ 무얼 남겼나
활동 종료 ‘방송계 갑질 119’ 무얼 남겼나
1년6개월 활동 끝 방송스태프노조 ‘방송신문고’로 통합… “방송제작인력 노동조건 입법운동 전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제보창구였던 ‘방송계 갑질 119’가 오는 15일 운영을 중단한다. 운영진들은 방송스태프 노조가 설립되고 드라마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된 지난 1년 6개월 싸움의 성과를 발판 삼아 더 다양한 비정규직의 노동자 지위 인정으로 활동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의 한 업종 모임인 방송계갑질119(이하 방송계119)는 7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계갑질119와 함께 한 1년 6개월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방송계119는 오픈채팅방 ‘직장갑질119’가 생긴 지 한 달 후인 2017년 12월20일 직종별 모임의 하나로 추가 개설된 익명 채팅방이다.  

방송계119 운영진은 방송계 각종 부조리 등을 제보받는 역할을 방송스태프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대신하면서 운영 마감을 결정했다. 제보, 공론화 등 역할은 방송스태프노조의 익명채팅방 ‘방송신문고’로 통합되며, 노무사·변호사·노동운동가 등 운영진 10여명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관련 활동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직장갑질 119 업종 모임 방송계갑질119’(이하 방송계119)는 7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계갑질119와 함께 한 1년 6개월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직장갑질 119 업종 모임 방송계갑질119’(이하 방송계119)는 7일 오후 4시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계갑질119와 함께 한 1년 6개월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방송계1119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사건은 방송사들이 스태프 임금을 상품권으로 주는 ‘상품권 페이’ 고발이었다. 2018년 1월3일 방송계119에 제보돼 8일 한겨레21 보도로 공론화됐고 고용노동부는 12일 119 활동가들을 면담했으며 결국 18일 관련 방송사 SBS는 상품권 페이 중단을 선언했다. 

방송계119는 방송스태프노조 설립 마중물도 됐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의지가 강한 스태프들이 방송계119를 통해 실제 만남을 가졌고 자연히 ‘방송스태프 노조준비위원회’가 꾸려지며 2018년 7월 노조 창립을 알렸다. 

드라마 현장 근로계약서 도입도 방송계119 활동의 결실 중 하나다. 운영진 김한울 노무사는 드라마 제작현장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에 기대를 보였다. 지상파 3사, 언론노조, 드라마제작사협회, 방송스태프노조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는 지난 6월18일 “방송사와 제작사, 스태프는 계약 시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오는 9월30일까지 계약서를 제정하고 기준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방송계갑질119 오픈 익명 채팅방. 2017년 12월26일 갈무리
▲방송계갑질119 오픈 익명 채팅방. 2017년 12월26일 갈무리

김 노무사는 이를 “근로기준법 준수를 주장할 무기”라 말했다. 김 노무사는 “근로계약서 작성은 곧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의미한다”며 “(비교적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는) 영화와 드라마 현장의 차이도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이다. 영화산업진흥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영화 스태프 근로계약서 작성률은 76.5%이고 제작비 10억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상업영화 스태프들은 모두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또 근로계약서 도입과 별개로 ‘노동시간 단축’은 또 다른 과제라 밝혔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에도 방송계 제작 현장 기준은 ‘1주일 68시간’에 맞춰져 있단 지적이다. 이를테면 드라마 현장의 A·B팀이 촬영분량을 적절히 배분받을 수 있음에도 A팀을 68시간 동안 일하게 한 뒤에 B팀이 투입되는 구조다. 이 경우 A팀 스태프들은 3~4일간 68시간, 즉 하루 17~20시간씩 일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동시간을 근무시간에서 빼는 꼼수도 방송계 노동운동의 과제로 꼽혔다. 방송스태프가 제작 현장에 15시간을 머물렀어도 이동시간 2시간 가량을 뺀 13시간만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현재 방송사·제작사는 이동시간을 근무시간이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김 노무사는 “집결지에 모여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장비점검, 촬영스케줄표 공유 등 업무가 동반된다. 자유로운 휴게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영 변호사는 ‘입법운동’을 강조하며 “방송제작인력에 대한 노동법적 지위와 노동권 보장의 법제도 기초를 방송관계법에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방송분야 고용노동 직업활동에 따른 보수현황, 복지수준, 고용형태와 근로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및 통계 작성 의무를 방송산업기본계획에 수립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며 “제작비 중 제작지원 인건비 최소비율과 특정 제작비 항목의 최고한도 등을 정하는 방식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기준 강화도 거론됐다. 김 변호사는 “방송사별 자체제작단가 제출, 외주제작인력 산업안전대책 수립, 외주제작인력 인권선언문 제작 및 준수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노조는 향후 드라마 제작 현장 밖의 비정규직 방송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박세찬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시사교양 분야 외주 작가, 독립PD 모임을 진행 중이고 계약서를 쓰지 않는 관행을 타파하고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걸 주요 현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재연 한빛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한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만나고 경험을 공유하고 노조 결성까지 가는 과정은 매우 소중하고 의미있었다. 노조 결성 과정은 방송노동자들이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 ‘방송스태프도 노동자’ 라고 외쳤던 제도적 지위 인정 투쟁이었다”며 “CG·DI 등 후반작업, 데이터 매니저, 미술·소품·의상·분장·세트팀 등 다양한 직군으로 의제를 넓히고 환경개선 과제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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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07 20:49:41
“CG·DI 등 후반작업, 데이터 매니저, 미술·소품·의상·분장·세트팀 등 다양한 직군으로 의제를 넓히고 환경개선 과제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 노동자는 모여야 힘이 세고, 정당한 복지를 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