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메인뉴스에서 대주주 사업체를 노골적으로 홍보한 제주지역 민영방송 JIBS에 ‘관계자 징계’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JIBS ‘8뉴스’ “화창한 주말 나들이객 북적” 리포트에 ‘관계자 징계’를 건의했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허가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벌점 4점을 받고 해당 방송사가 담당자를 징계해야 하는 고강도 중징계다.

▲  신언식 회장과 신영균 전 의원, 신 전 의원의 부인 김선희 씨가 테이프 커팅하는 장면. 사진=JIBS 보도화면 갈무리
▲ 신언식 회장과 신영균 전 의원, 신 전 의원의 부인 김선희 씨가 테이프 커팅하는 장면. 사진=JIBS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3월30일 “화창한 주말 나들이객 북적” 리포트는 제목과 달리 2분 내내 개장을 앞둔 ‘다이노대발이파크’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해당 놀이공원의 전경과 특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후 리포트 후반부에는 신언식 다이노대발이파크 회장의 인터뷰를 담고 신 회장 부부와 신 회장의 아버지 신영균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이 다이노대발이파크장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신언식 회장은 JIBS제주방송 대표이사 회장도 맡고 있다. JIBS가 메인뉴스를 이용해 자사 회장의 사업을 홍보한 것.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이용탁 보도제작본부장은 “광고효과를 노리고 보도한 건 아니다. 만약 홍보 효과를 노렸다면 어린이날에 한번 더 보도했을 것이다. 주말에는 연성보도를 주로 하고 있어 아이템을 대발이파크로 정했을 뿐”이라고 했다.

▲  신억식 회장 발언이 지난 3월30일 자사 메인뉴스 리포트에 보도됐다. 사진=JIBS 보도화면 갈무리
▲ 신억식 회장 발언이 지난 3월30일 자사 메인뉴스 리포트에 보도됐다. 사진=JIBS 보도화면 갈무리

이용탁 본부장은 “그래도 제목이 광고처럼 보이지 않게 신경 썼다. 주말 아이템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취재기자가 데스크까지 한다. 순수하게 기자가 발제한 아이템”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심영섭 위원은 “좀 치사하지 않나. 보도에 사주 가족이 다 나온다. 근데 기자가 알아서 해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사주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기자가 알아서 찍어왔다고 말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냐”고 다시 한번 지적하자, 이용탁 본부장은 “주말 보도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리포트의 커팅식에는 이용탁 본부장도 등장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보도본부장이 기업 개장식에 가나? 현장에서 뭘 했나? 제주방송 카메라를 보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용탁 본부장은 “(JIBS에)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돼 파이팅하자는 의미에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 지난 3월30일 JIBS 메인뉴스.
▲ 지난 3월30일 JIBS 메인뉴스.

심의위원 3명(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심영섭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1명(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법정제재 ‘경고’를 주장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이번 건은 G1과 유사하다”며 “G1도 대주주 관계 회사와 관련해 리포트를 만들어 보도했다. 동일한 사안에는 동일한 제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영섭 위원은 “사주의 온 가족이 다 나왔다. 그런데 기자 한 명이 이 아이템을 찍었다고 주장한다. 이해 안 되는 점이 많다”고 했다. 박상수 위원도 “JIBS는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5일 자사의 최대주주인 특정 건설사 아파트에 부당하게 광고효과를 준 강원지역 민영방송 G1에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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