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바꾸고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나섰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사로 2일 태영건설 지분을 12.12%에서 15.22%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분 보유 목적을 전환한 이유로 △태영건설 지배구조 변화의 여러 수 가운데 최선이 선택되도록 이끄는 합리적 협조자가 되기 위함 △변화 과정에서 필요 시 적극적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 △회사와 주주 간 소통이 부족해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참여자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함 등을 꼽았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현재 9703억원인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은 상당한 저평가 상태”라며 “당사는 태영건설의 인적 분할 등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홀딩스 체제 전환이 필요한 선택이며 합리적 의사 결정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머스트자산운용 입장에서 ‘경영 참여’를 통한 지배구조 흔들기가 태영건설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으로선 향후 경영권과 영향력을 위협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회장(27.1%)을 포함해 태영건설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38.4%다. 윤 회장 일가 외 태영건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머스트자산운용, 국민연금공단, 한국투자신탁운용) 지분을 합치면 32%에 달한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머스트자산운용은 윤 회장이 지배하는 SBS미디어그룹에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회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지향점에서 어긋나고 있을 때 이를 지향점으로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아리송’한 입장을 내놨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방송사업부문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큰 산업이다. 그 보유 지분 가치 역시 단순한 장부상 평가 가치를 넘어서는 큰 무형의 가치를 갖는다”며 “이처럼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성을 가진 미디어 사업 부문의 변화 방향은 태영건설그룹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 더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해석을 부를 수 있는 말이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5일 사모펀드의 태영건설 경영 참여 선언에 “윤석민 회장의 2세 족벌경영 체제가 오히려 다른 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하면서도 “SBS는 일개 사모펀드 따위가 자본 이익을 마구 쥐어짜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혹여라도 태영건설 경영 참가를 통해 SBS를 넘보려는 섣부른 수작을 부린다면 노조는 물론 시민사회 전체의 엄청난 저항과 끝장투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회장이 지주회사를 통해 태영건설을 지배하면 SBS미디어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 현재 태영건설은 SBS 지분 37%를 가진 대주주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61.22% 보유하고 있다.

태영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태영 지주사→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 구조 하에서 SBS미디어홀딩스는 태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SBS미디어홀딩스는 자회사 SBS(태영 지주회사→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SBS 하에서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SBS미디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7%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지상파 방송사인 SBS는 방송법상 소유 지분 제한이 있어 SBS미디어홀딩스는 SBS 지분 40% 이상 가질 수 없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윤 회장이 태영건설로부터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사들이거나 SBS를 매각하는 방안, SBS미디어홀딩스 체제 해체 등이 대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윤 회장이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려면 17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뿐더러 SBS미디어홀딩스 지주회사 체제 해체(태영건설의 SBS 직접 지배) 역시 SBS 대주주 교체에 따른 방통위 승인 문제, 방송법상 지분 제한 등에 직면한다. 

이는 언론노조 SBS본부가 “지주회사가 지주회사를 이중으로 소유할 수 없는 현행법상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지면 윤석민 회장은 SBS 미디어그룹 자체를 매각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고 태영건설이 예전처럼 SBS를 직접 지배하는 형태로 기업지배구조를 바꿀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는 결국 SBS 대주주 교체로 이어지거나 자본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사모펀드가 태영건설을 통해 SBS 경영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SBS 독립성과 공공성, 수익 구조를 파괴하고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건설업계 쪽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터라 향후 태영건설 지배구조 개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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