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과 시민 500여명이 일본 정부를 향해 일본군 성노예제로 인한 ‘위안부’ 문제 책임을 묻고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했다. 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는 경기도 17개 지역 ‘평화의 소녀상’ 건립 단체들이 모인 평화비경기연대청소년평화나비(이하 청소년평화나비) 주관으로 진행됐다.
지난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진행돼 온 수요시위는 이날로 1399번째를 맞았다. 일본이 보복성 수출규제 일환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뒤 처음 열린 이날 시위에는, 방학을 맞은 중·고교 학생 등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현수막과 손피켓을 준비해왔다. 시위 대열 맨 앞줄에는 색색 물감으로 손도장을 찍어 ‘전쟁범죄 사죄!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이라고 새긴 현수막을 펼쳐보이며 시위에 참여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강원도 춘천시 춘천여고 최가은 학생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은 우리 나이에 일본군에 붙잡혀 반인류적인 일을 당했으며 이는 한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이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만난 그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지속되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규탄하고 일본의 일본군 성 노예제 사죄를 촉구하는 마음에서 집회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 중산고등학교 최유진 학생은 ‘할머니들의 인권과 빼앗긴 삶,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께 공식 사과하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최유진 학생은 미디어오늘에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공식 사과가 가장 먼저라는 생각에 피켓을 제작했다”고 설명한 뒤 “갖고 있던 일본 제품을 버리는 등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 중이다. 할머니들의 빼앗긴 삶과 인권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아베가 직접 나서 사죄하며 일본 국민들 또한 이 문제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평화나비는 성명문을 통해 “일본은 더 이상 역사를 부정하지 말 것이며 우리 청소년 평화나비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문을 낭독한 뒤에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일본군 성노예제 진상규명과 함께 공식 사죄하라”, “피해자 할머니의 명예와 인권을 돌려달라”고 구호를 외쳤다.
수요시위를 주최해 온 정의기억연대의 한경희 사무총장은 “일본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방해하며 피해 여성들의 인권과 평화활동을 방해 중”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돼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이제 피해자 분들이 스무명 남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역사적 잘못을 인정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시키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서울에 거주하던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피해 생존자 240명 중 220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20명은 모두 85세 이상의 고령자들로, 과반은 90세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