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지역사회가 KBS 지역국 기능을 총국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발하는 가운데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지역지부는 이와 달리 후속대책을 마련해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입장을 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역국 기능 이전에 “지역 주민 의견을 무시한 행태”라고 비판했고,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역성을 버리려면 수신료부터 포기하는 게 도리”라고 비난했다. 지역국 기능 이전 문제는 KBS 내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KBS노동조합은 지역국 말살정책이라며 계획 폐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원이 가장 많은 언론노조 KBS본부는 총국으로 기능을 이전하고 거점을 만드는 데 동의하면서 지역방송활성화를 위한 시너지 정책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KBS본부 소속 강원영동지부, 강원영서지부, 대구경북지부, 대전지부,충북지부, 부산울산지부, 경남지부, 광주전남지부, 전북지부, 제주지부 등은 7일 성명에서 “지역방송활성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방송활성화 사장직을 걸어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7개 지역방송국의 보도, TV, 송출, 총무기능을 총국중심으로 재편하는 계획에 “지역방송활성화를 위한 실천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이제는 지역방송활성화를 제대로 추진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현행의 세부시행계획으로는 과연 지역방송활성화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치고 줄이겠다는 내용만 있지 어떻게 시너지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지역방송국의 리소스를 총국중심으로 재편한다면서 라디오 기능은 그대로 존속시킨다. 현재의 지역방송국장 자리도 그대로 유지한다”고도 지적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지역국 말살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KBS 현행 계획은 지역방송에 대한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KBS본부 소속 지역 지부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또한 “한술 더 떠 일부 임원들은 아예 지역방송활성화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한다. 지역방송활성화는 뜨거운 감자여서 내 임기 안에 긁어 부스럼 만들일 있냐는 속내인가”라고 반문하고 “지역방송활성화 문제는 특정인이나 특정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도 제대로 이뤄 내기 힘든 난제이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지역방송을 살릴 고민을 하는 것인가? 그대들의 안위만을 고민하는 것인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역방송활성화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라”면서 현장을 찾아 고충을 듣고 총국 중심의 논의기구를 출범시키라고 요구했다.

▲ KBS 본관.
▲ KBS 본관.

그러면서 “지역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지역공영미디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어떻게 기능을 조정하고 기능이 조정된 지역방송국의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이며, 기능이 통합된 거점방송국의 역할과 조직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인력수급과 예산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하라”고 밝혔다.

현재 지역국 기능 이전 대상은 7개다. 나머지 지역국 2개(강릉, 울산)는 빠져 있다. 이들은 11개 거점화를 해야 한다면서 “강릉과 울산방송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마련하라”고도 요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본부노조 지역조합원들은 사측이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지역방송활성화 사업 자체를 무산시키려 한다면 앞으로 사장과 임원진 총 사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KBS본부의 입장은 이대로 지역국 문제를 방치하면 오히려 지역방송의 활성화를 막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수십년 간 지역국 문제에 손을 대지 못했고, 지역국 문제만 나오면 지역 말살 정책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개혁의 칼날을 꺼내지 못한 전례를 봐왔는데 양승동 사장이 비상경영계획 일환으로 지역국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지만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것이다.

강성원 KBS본부 부위원장은 “경영진의 기류가 지역국 문제에 대해 신중론으로 바뀌었다고 감지가 돼서 긴급 지역협의회를 열어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지역 조합원들은 개혁을 단행해 지역방송활성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계획을 세워놓고 후퇴를 한다면 실망감과 분노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부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지역의 상실감이 크다라고 표현하는데 물론 지역에서 하나라도 있는 걸 뺏는 형태면 그런 감정들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다. 아예 통폐합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역방송의 활성화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속 계획을 세우고 단행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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