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TV를 보지 않는다고들 한다. TV를 틀어도 볼거리가 없다고들 불평한다. 하지만 수백 개의 TV와 라디오 채널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소식과 정보, 재미와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고, 시청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고, 시청자도 변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도 변하는 중이다. 불과 10년 전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TV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최근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유튜브에서 보낸다고 한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도 원인을 제공했다지만, 사람들이 방송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시청자 권익 보호의 명암

20세기 제정된 우리 방송법 기술적으로 유한한 전파를 공익을 위해 방송사업자에게 수탁했기 때문에, 공중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라는 인식에서 시작하고 있다.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방송법 제35조)와 시청자위원회(방송법 제87조, 제88조)가 대표적인 제도로 시청자는 권익 보호를 위해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편성 등에 관한 의견 제시 또는 시정 요구를 할 수가 있다. 

또한 방송법에는 시청자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하는지(제6장 64조) 시청자위원은 어떤 단체를 대표해야 하는지(제24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시청자위원은 각계각층의 시청자를 대표해야 하며, 방송 편성과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시청자위원회의 전문성과 대표성이 한계라는 지적도 있었고, “검토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진정성 없는 소극적으로 답변이 문제라는 비판도 있었다. 특히 방송을 장악해야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일부 정치 권력자들이 방송을 시청자로부터 분리시킬 시기 시청자위원회는 심각하게 몰락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pixabay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pixabay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3사 전국 사업자의 시청자위원회 운영을 보면, 시청자위원회 명단과 이름, 직업, 추천단체와 추천 부문 그리고 사진 또한 운영규정, 회의록, 위원명단 그리고 담당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출석도 공개되지 않거나, 서면으로 회의를 대체한 경우 구체적인 해명이나 설명이 없었다. 게다가 1년간 출석을 않고도 연임되며 위원직을 유지할 수도 있어, 불성실한 위원에 대한 대응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시청자 위원과 방송사측을 대표해 참석한 사람들의 발언이 무책임하거나 소극적이거나 혹은 현안과 논쟁적 이슈를 의도적으로 회피해도 시청자는 더 이상 이 상황에 개입을 할 수가 없다. 이는 방송이 정상화되어야 하는 목표는 시청자임에도, 시청자를 대표하는 조직이 무색무취하게 외부 권력에 길들여져도 제도적으로는 개입할 방법이 없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진이 교체된 이후, 특정 집단의 추천 비율과 40~50대 남성 비율과 참여 단체의 다양성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법 87조가 명시한 시청자위원회를 두어야 하는 사업자들(종합편성 사업자, 보도전문편성 사업자, 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 사업자)의 경우로 확대해서 살펴보면, 시청자들이 시청자 주권 회복을 체감할 정도라고 말하기 아쉬움이 많다. 운영 규모와 방식도 다르고, 공개 의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누락되거나 정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곳도 많다.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위원회

우선 방송사는 시청자 위원과 합의한 내부 운영 규칙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운영 규칙은 자율적 운영을 존중한 방송법 취지를 살려, 책무의 범위와 내용을 강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서로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고 보장해 줌으로써 시청자위원회가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얻도록 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시청자위원들의 성별, 나이, 직업의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도입할 뿐만 아니라 거주 지역, 학력, 그리고 전문 활동 분야(다양한 비영리 단체)등을 고려해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 방송법(제24조)은 추천할 수 있는 단체를 중심으로 14개 정도 분류하고 있지만, 좀 더 현실성을 높인다면, 사회 소수 계층의 참여도 보장해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 소수자들(장애인, 노인, 이민자, 난민, 동성애자,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도 모두 시청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수년간 관행처럼 구성되어 운영된 시청자 위원회의 폐쇄적 소통방식은 변화가 필요하다.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 질문과 의견을 남길 수 있고, 답변을 직접 받아 타인과 바로 공유하는  양방향 멀티 플레이 시청자들의 소통 방식이 21세기 방송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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