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6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해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현행법 골간은 유지하되 사태 해결에 필요한 데 한해 임시적·한시적으로 규제완화를 취하고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재계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노동 안전성 저해가 우려되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지적에 ‘최소한의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를 소관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에 대한 청와대 대응 관련 업무보고를 받았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이른바 ‘3실장’이 출석해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김 실장에게 경제 정책 관련 질의가 집중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일본이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무기로 삼을 수 있었던 건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대외의존적이고 특히 일본 의존성이 강했기 때문 아니겠나. 재계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을 주장한다”며 “재계 요구를 보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규제 풀어달라, 주52시간 근로제 특례 확대해 달라, 법인세·상속세 인하해 달라고 한다. 국가적 위기를 기회 삼아 이익을 늘리는 행태에 정부가 그대로 화답했다”고 비판했다.

▲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윤 의원은 “우리 기업들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모든 부분에서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하나하나 (문제점을) 드러내진 않겠으나, 삼성이든 SK 당사 기업들도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하고 각오를 새롭게 해서 정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삼성이든 SK하이닉스든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적에 공감한다”며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소재·부품을 모두 국산화하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전략일 것이다. 그 점은 정부가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자체 개발뿐 아니라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다양한 기술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대통령 주재 기업인 대화에서 기업인들도 일본 의존적인 소재·부품 조달망을 유지해왔다는 데 분명히 반성하고 개선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 방향은 대기업간 수평적 협력체계, 협력업체와의 수직적 협력체계를 이루는 열린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한시적·임시적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라며 “국민 생명·안전과 관련된 기존 법체계의 골간을 흔든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부품·소재 국산화 등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화관법·화평법·산안법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주 52시간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6일 “산업안전 인증·검사 조치는 유해·위험 물질, 설비, 공정에서의 치명적인 중대산업사고를 막기 위한 핵심 절차다. 정부는 이같이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한 조치를 심사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을 무려 44%나 단축하겠다는 호기를 보인다”며 “안전과 환경규제를 완화하거나 서두르겠다는 주장은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겠다는 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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