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CJ ENM 채널 엠넷(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조작 논란에 진위를 가리기 위해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CJ ENM 내 제작진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5일 기자들에게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해 조작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엠넷은 지난달 26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생방송 유료 문자투표를 진행했던 CJ ENM 소속 프로그램 제작진과 이들과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성명 불상 소속사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이번 소송에는 시청자 26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투표조작은 PD 등 소수가 벌일 수 있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다수가 가담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성명 불상 소속사 관계자를 고소한 이유를 “아무런 이득이 없다면 제작진이 투표결과를 조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청률을 위해 투표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투표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이 소속된 소속사의 경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피해자로 보고 고발의 형태를 취했다. 

앞서 이들은 △연습생 간 표 차이가 2만9978인 경우가 다섯 번, 7494 또는 7495인 경우가 4번이나 반복되고 △최종 20명 연습생의 득표수가 모두 7494.442의 배수라는 점을 들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취지가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아이돌을 선발한다는 것이라, 투표 부정개입은 시청자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7월31일 오전 방송 조작혹을 받고 있는 CJ ENM 내 프듀X 제작진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7월31일 오전 방송 조작혹을 받고 있는 CJ ENM 내 프듀X 제작진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추가 폭로 등으로 검찰수사에 진전이 있으면 엠넷의 과거 다른 프로그램에서 조작 논란도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시청자들은 ‘프로듀스48’에서도 투표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과거 ‘아이돌학교’ 역시 이해인 연습생의 탈락을 두고 조작 의혹이 일었다. 오디션프로그램 중심의 엠넷으로선 수사결과에 따라 채널 존폐를 고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편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전 사회적 비판 속에 초유의 방송사 압수수색과 검찰수사가 이어졌지만 CJ ENM 내부에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등을 위한 공개적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CJ ENM에는 노조가 없고 흔한 협회도 없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제작 관행이나 조직문화에 공개 문제제기하기 어렵다. 앞서 tvN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CJ ENM PD는 불합리한 제작환경과 조직문화를 폭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CJ에는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내부에 문제가 있을 때 관리 감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그러다 보니 회사 고위층의 입김으로 좌우되는 게 많다. 노동인권 침해, 불법 부당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내부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뉴스는 지난 1일 ‘프로듀스x101’ 제작진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고 CJ ENM 본사 법무팀이 제작진을 도와주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보도하며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엠넷이 실무자들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엠넷 홍보팀 관계자는 “제작진 수사를 의뢰했는데 우리가 제작진을 변호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답하며 ‘꼬리 자르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 방영이 잡혀있는 건 없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이번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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