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그룹 듀스 출신 고 김성재씨 죽음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을 금지하자 SBS PD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SBS PD협회는 5일 성명에서 “5개월간 취재한 방송이 전파도 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2일 과거 김성재씨 여자친구 김모씨가 명예 등 인격권을 보장해달라며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SBS가 오로지 공공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방송으로 김씨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원 결정으로 3일 오후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는 드라마 ‘닥터탐정’으로 대체 편성됐다.

▲ 법원이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 방송금지를 결정했다. 사진=SBS.
▲ 법원이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 방송금지를 결정했다. 사진=SBS.

SBS PD협회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포함한 대한민국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피해자와 약자를 위해 진실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방송금지 결정이 수많은 미제 사건들, 특히 유력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 사건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SBS PD협회는 신청인 김씨에 대해 “공적 인물이 아니지만 고 김성재씨 사망 사건은 공적 사건이지 않는가”라며 “신청인 개인 인격과 명예만 위해 공익적 목적 보도 행위가 사전 검열로 금지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PD연합회도 “방송 내용을 ‘알 수 없게 만든 것’ 자체가 법원 결정 문제점”이라며 “방송 주인인 시청자·국민들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받았는지 직접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우려했다.

한국PD연합회는 “재판부가 방송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가장 큰 이유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제도가 어떤 경우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검열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993년 데뷔한 고 김성재씨는 듀스 활동으로 성공을 거두고 1995년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앨범 발표 하루 만인 11월20일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당시 여자친구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지만 2·3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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