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 등 전국 682개 단체로 구성된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 주말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주최 측 추산 1만5000여명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일본대사관-종각역-세종대로를 지나 조선일보사 인근까지 행진해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친일 매국 조선일보’, ‘적폐언론 조선일보’, ‘일본 극우 신뢰도 1위 조선일보’와 같은 팻말을 들었다.

‘친일찬양 범죄현장 접근금지, 일본신문 조선일보 폐간’이라고 쓰인 노란색 띠를 활용한 퍼포먼스도 펼쳤다. 조선일보 일부 보도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논거가 되고 있고, 조선일보 일본어판이 혐한 정서를 부추겼다는 이유였다.

[관련기사: 조선일보앞 시민들 ‘국론분열 조선일보 폐간하라’]

▲아베규탄시민행동이 3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조선일보 폐간을 주장하며 조선일보 경고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아베규탄시민행동이 3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조선일보 폐간을 주장하며 조선일보 경고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그러나 5일자 주요 신문들은 주말 집회를 다루면서도 ‘조선일보 규탄’ 내용은 다루지 않은 곳이 많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헤럴드경제 등은 5일 지면에서 주말 집회를 다뤘지만 ‘조선일보 비판’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반면 인터넷 보도에서는 집회 행선지가 조선일보라는 소식, 조선일보 앞에서 구호를 외친 시민들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국일보와 뉴스1 등 통신사 보도, 방송 리포트에서는 3일 저녁 집회 현장 온라인 기사에서 촛불집회 내용과 조선일보 규탄 내용을 다뤘다. 다만 동아일보는 토요일 집회 현장을 뉴스1의 통신기사로 내보냈는데, 통신사 보도에서는 조선일보 비판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자사 기자가 작성한 지면기사에는 조선일보 비판 내용이 없었다.

▲한겨레 5일 9면.
▲한겨레 5일 9면.

5일 한겨레 지면에서는 “참가자들은 조선일보사 건물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조선일보 제호에 붉은 빗금이 그러진 출입금지 띠를 길게 이었다. 띠에는 ‘친일찬양 범죄현장 접근 금지, 일본 신문 조선일보 폐간’ 이라는 문구가 적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행진에 합류한 시민을 인터뷰해 “조선일보 규탄 행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하다가 중간에 뛰쳐나왔다”고 현장을 전했다.

한국경제는 25면에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일본대사관과 종각역을 지나 조선일보 앞을 가로지르는 도심 가두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5일 지면 10면.
▲조선일보 5일 지면 10면.

이런 현장을 조선일보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조선일보는 5일자 10면에 “이날 오후 7시에는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이란 단체가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3000여명을 모아놓고 촛불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이 주축이 됐다”며 “시민행동은 ‘680여개 시민단체의 연합체’라고 스스로를 홈페이지와 포스터 등에서 소개했지만, 4일 본지의 단체 명단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시위에서 자사 비판은 빼놓은 채 보도했다.

▲5일 조선일보 사설.
▲5일 조선일보 사설.

다만 ‘친일 언론’이라는 비난에 대한 조선일보의 답은 5일자 사설에서 간접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사설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일식당 오찬 정쟁을 여·야 양비론적으로 비판하면서 “21세기에 ‘친일파’ 운운하다니 정신질환자들 아니라면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런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은 글로벌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