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결정이 내려진 2일 서울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오찬한 사실을 두고 여·야 공방이 한창이다. 

조선일보는 5일치 8면 머리기사(“사케냐 청주냐… ‘이해찬 반주’ 열올린 與野”)로 이 소식을 크게 전했다. 여·야 공방을 나열하며 정치권을 향해 “한가롭게 이럴 때냐”는 훈수를 두는 기사였다. 

이 신문 사설도 이날 야당을 겨냥해 “언제까지 이런 말초적인 정쟁에 몰두할 것인가”라고 비판하면서도 “이 코미디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반일 감정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죽창’ ‘의병’ ‘매국’이라며 선동을 시작한 탓이 크다”고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사설은 “이 정권은 ‘죽창’ 수준의 의견이 아니면 ‘친일파’라고 공격하고 있다. 21세기에 ‘친일파’ 운운하다니 정신질환자들 아니라면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는 5일치 8면 머리기사 “사케냐 청주냐… ‘이해찬 반주’ 열올린 與野”
▲ 조선일보는 5일치 8면 머리기사 “사케냐 청주냐… ‘이해찬 반주’ 열올린 與野”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한 것만으로도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처신”(한국당), “국민 정서를 배반한 경솔한 행동”(바른미래당), “집권당 대표가 대낮부터 술타령이라면 문제 있다”(평화당) 등 야당 대변인 발언을 나열하고 “국민들의 반일 감정과 불매운동 열기에 편승한 무책임한 여론 선동이요 상대 당 흠집내기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계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사설은 정부·여당을 겨냥해 “여권은 국민들에게 냉정을 되찾기를 호소하기는커녕 ‘죽창’ ‘배 12척’ ‘국채보상운동’에 이어 ‘신흥무관학교’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반일 감정을 파고들지 않는가”라며 “앞장서서 편가르기를 하고 반일 감정을 선동·조장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일식집들 망해야 하는가’라며 기만적인 언동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6면에서 “이해찬, 日 2차보복 날 일식당 오찬 논란” 제하의 기사에서 정치권 공방을 보도했다. “이해찬 ‘日食 오찬’ 공방 격화”(매일경제), “한일 경제 전면전 힘 모을 때 여야는 ‘사케 전쟁’으로 시끌”(한국일보), “‘일식집 간 것 부적절’ vs ‘국산 청주도 안 되나’ ‘이해찬 일식당 반주 오찬’ 정치 공방으로 번져”(서울신문) 등도 이른바 ‘사케 전쟁’을 다룬 기사들이다.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1일 늦은 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중 술에 취한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한겨레 유튜브 한겨레TV 화면.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1일 늦은 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중 술에 취한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한겨레 유튜브 한겨레TV 화면.

신문은 정치권의 질 낮은 정쟁을 준엄하게 비판했지만 이 소식을 전한 일부 언론은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음주 회의’ 논란에 소극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 의원은 1일 늦은 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중 술에 취한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할 국내 산업 보호 자금 편성 문제가 예결위에 묶여 있던 상황이라 비난은 컸다. 

이 사안에 침묵하던 조선일보는 5일치 8면 “한국당혁신위 ‘꼰대·웰빙 이미지 벗자’” 기사 하단에 “한국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여야 간 추경안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1일 밤 저녁 자리에서 술을 마셔 논란이 된 것에 ‘황 대표가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독자들은 김 의원 음주 논란을 뒤늦게 접한 셈이다. 중앙일보에서는 김 의원 보도를 찾을 수 없다.

▲ 김재원 한국당 의원 음주 논란에 침묵하던 조선일보는 5일치 8면 “한국당혁신위 ‘꼰대·웰빙 이미지 벗자’” 보도에서 당 해명을 전했다.
▲ 김재원 한국당 의원 음주 논란에 침묵하던 조선일보는 5일치 8면 “한국당혁신위 ‘꼰대·웰빙 이미지 벗자’” 보도에서 당 해명을 전했다.

김 의원 소식은 “‘비상사태’ 닥쳐서야 추경안 처리한 여야”(경향신문), “추경 5조8269억원… 99일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동아일보), “‘5조8300억원 추경안’ 통과… 음주·졸속·늑장처리 오명”(한국일보) 등 기사에 담겼는데 ‘늑장 추경’에 신문에서 묻힌 감이 있다. 

한국당은 3일 “김 의원은 일과시간 후 당일 더 이상 회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인과 저녁식사 중 음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교안 대표는 예산심사 기간 중 음주한 사실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3일 사설에서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이 만취 상태였다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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