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과 호반건설이 지난달 29일 만났다. 지난 6월 25일 호반건설이 포스코 그룹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전량 인수해 서울신문 3대 주주가 된 뒤 첫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서울신문은 민간자본의 유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호반건설은 ‘선의’의 투자 목적과 함께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을 밝혔다.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지분 매입은 여러 의혹을 낳았다. 1대 주주 기획재정부의 묵인 아래 포스코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는 의혹, 호반건설이 의결권이 없는 3대 주주가 되려는 이유 등이다. 정부의 언론 민영화 계획이라는 의혹과 함께 건설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익적 목적에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이후 주주 검증 작업이라며 특별취재팀을 꾸려 호반건설 그룹지배권 등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호반 호텔·리조트 최승남 대표이사(호반그룹 대외협력실장 겸임)와 장형우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 지부장을 인터뷰했다. 호반그룹 M&A를 진두지휘했던 최승남 대표이사는 이번 서울신문 지분 매입도 맡았다. 장형우 지부장은 서울신문의 대화 창구로 통한다.

선한 투자로 봐달라 vs 민간자본 허용 못해

최승남 대표이사는 서울신문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대 주주가 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3대 주주 지위를 넘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300억원을 더 투입해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서울신문은 포스코 지분 매입 당시 호반건설이 1대 주주를 노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언론사 지분 매입을 선한 투자라고 받아들여 달라는 호반건설의 입장은 100% 액면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다. 단 한번도 사기업 지분을 허락치 않았던 서울신문 입장에서 호반건설은 돈을 내세워 독립언론을 흔드려는 ‘나쁜 자본’에 가깝다.

하지만 최승남 대표이사는 “언론사 경쟁력이 경영과 편집이 분리되고 독립이 돼야지 높아진다고 하지만, 독립된 편집만 주장한다고 언론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영에만 전념해서 좋은 동반자로 좋은 신문을 만들려는 것이다. 욕 먹으면서까지 뭐하러 서울신문에 투자하냐고 하는데 우리의 얘기를 안 믿어줘도 할 수 없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사회공헌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건설기업의 언론사 대주주 등극은 구조조정의 위험을 안고 있다.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이 보유한 프레스센터의 재건축 이익을 노린다는 얘기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1대 주주가 되면 공영언론은 사리지고, 나쁜 민영화의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본다.

이에 최 대표이사는 “구조조정 문제는 현재 1대 주주가 아니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갈수록 지면 신문의 경쟁력이 떨어지니 디지털인프라를 투자해 디지털플랫폼을 구축하고 좋은 신문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이사는 “서울신문이 우리사주조합을 갖고 있는 이유가 언론의 독립성과 편집권 때문이라면 그걸 보장하는 선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했다. 일례로 아마존닷컴이 경영난을 겪었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것을 강조했다.

최 대표이사는 “소위 우리도 소셜임팩트가 큰 공적 영역에 투자하고 싶은 게 저희 호반그룹의 시대적 사명이고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이사는 “현재와 같은 지면신문의 시대는 영원하지 않다. 디지털플랫폼으로서 빨리 거듭나야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 서울신문에 디지털인프라를 투자해서 의미를 창출하자는 것이지 돈 벌자고 하는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이사는 “짝사랑이 영원히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한 투자의 진정성을 알아주라는 호소이면서도 갈등이 계속되면 투자 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에 장형우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 지부장은 “원하지 않는 사랑을 계속하면 그게 스토커지 짝사랑이냐”라고 말했다.

장형우 지부장은 “이미 서울신문독립추진위원회는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지분 매입에 대해 서울신문이 민간 건설사에 넘어가선 안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면서 "(호반건설이 1대 주주가 되겠다는 것은) 언론을 장악해서 스피커로 쓰고 보호막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광주방송(KBC)을 사익 편취에 활용했다고 본다. 서울신문은 지난 19일자 사설에서 “자본력을 내세운 인수합병은 해당 언론이 공공재로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지 의문스럽게 한다”면서 “혹여나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사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등 방패막이로 악용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한다. 실제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인허가권을 따내기 위해 공공재인 지역방송을 통해 단체장을 수십 차례 공격한 사례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건물
▲ 서울신문 건물

장형우 지부장은 300억원을 투입,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매입해 1대 주주가 되겠다는 것에 “터무니없는 액수”라면서 “돈으로 밀고 들어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언론노조도 지난 2일 성명에서 “건설사와 언론사는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그러니 이윤을 목표로 삼는 건설사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언론사를 소유하려 할 때는 의심의 눈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돈을 가졌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돈 몇 푼 쥐어 주고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쓰라고 언론사가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호반건설은 당장 서울신문에서 손을 떼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3일 총회를 열어 구성원 희생까지 언급하며 1대 주주 지위를 복원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는데 호반건설이 1대 주주가 되겠다는 것은 자본을 무기로 우리사주조합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본다.

호반건설은 포스코 그룹 지분 19.4%를 200억원 이상을 주고 매입했다. 현재 서울신문사 지분현황은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 호반건설(19.4%), KBS(8.08%) 등이다. 서울신문은 조직 노령화로 인해 퇴직이 이어지고 상당수 우리사주조합 지분이 허공에 뜰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은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지키고 내부 전열을 다져 1대 주주가 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간건설사의 자본력은 무시할 수 없다.

포스코 지분 매입 놓고도 썰전

아직까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호반건설의 포스코 그룹 지분 매입을 정부(1대 주주 기획재정부)가 묵인 혹은 승인했고, 정부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석연치 않다.

최승남 대표이사는 “우리가 정부와 기획을 했다면 상식적으로 왜 19.4%를 달라고 했겠나. 기획을 했으면 기획재정부 지분을 팔라고 했을 것”이라며 “포스코 쪽에서 먼저 호반건설에 컨택(접촉)을 했고 우리도 처음엔 거절했다. 여러 상황에서 부담이 없으니 들어가 보자고 해서 지분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포스코 그룹 지분 매입 건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20% 이상 지분을 사들이려면 수의 계약은 불가능하다. 포스코 그룹 지분 19.4%는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신고할 의무도 없는 부담 없는 지분이었기에 매입했다는 게 호반건설의 주장이다.

하지만 장형우 서울신문지부장은 “포스코 지분을 사는 것을 (구성원이나 1대 주주인 기획재정부에) 통보도 하지 않고, 경영진도 몰랐다고 하는데 (거래를 성사시킨) 거간꾼을 알고 있다”면서 “포스코 그룹 지분 매입 문제는 정권 실세와 연결된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도 “정부는 서울신문 지분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호반건설은 기재부의 서울신문 지분도 사들여 대주주가 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호반건설 뒤에 이 정권 실세를 참칭하는 자가 있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이며,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지면 사유화 vs ‘공영언론 지키기’ 주주 검증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거론되는 서울신문의 비판 보도에 호반건설의 입장도 주목된다.

서울신문은 주주 검증 차원에서 지난달 15일부터 그룹지배권 ‘꼼수 승계’ 의혹을 포함해 인수합병을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기업 재산을 총수 일가로 빼돌렸다는 의혹, 호반건설 공익재단의 사익편취통로 의혹 등을 집중보도 중이다.

이에 호반건설은 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진 사안이라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반발했다. 호반건설은 이를 지면 사유화라고 보고 계속 이어질 경우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다.

최승남 대표이사는 “2대 주주(우리사주조합) 목적을 위해서 3대 주주를 전 지면을 사유화해서 공격해도 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최 대표이사는 “시장에서 정상 취득한 지분을 적대시하는 행태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적법한 3대 주주로서 역할과 권한도 행사할 것이다. 내부 경영에도 우리가 자료를 공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형우 지부장은 “경영권을 확보해 서울신문을 간섭하려고 하는데 어떤 의도가 있는지 과거의 일을 통해 밝히려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편집국은 “최소한 중앙 종합일간지만큼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사유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금융회사 대주주 승인 때처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서울신문 주식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짓고 호반건설의 도덕성과 기업 행태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 첫 만남, 갈등만 격화

‘서울신문 쪽에서 호반건설이 취득한 포스코 그룹 지분 19.4%를 무상으로 증여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만큼 양측의 첫 만남에 신경전이 치열했다는 소리다.

최 대표이사는 “정당하게 거래된 주식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무상증여를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19.4%를 내놓으면 호반의 발전을 위해 기사를 쓰겠다고 하고 19.4%를 내놓지 않으면 호반을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기사 쓰겠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언론사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서울신문은 첫 만남 일주일 전부터 호반건설이 대주주로 있는 광주방송의 언론노조 광주방송지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주식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으면 호반건설과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보겠다’고 얘기가 통해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호반건설을 만났다는 주장이다.

장형우 지부장은 “지분을 기증해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런데 첫 미팅 때 호반건설의 의도가 확인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무상증여 문제를 흘리면서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신문이 박근혜 정부 당시 대주주를 찾아 다녔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 대표이사는 “현재 서울신문은 정부와 기획이 된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4년 전 대주주를 찾아다녔던 것은 무엇인가.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정부와 교감한 나쁜 민영화인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장형우 지부장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청와대에 확인하면 될 일이지만 증자나 현물출자도 안 되고 살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반대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이런 주장이 비판기사를 막기 위한 여론을 만들려는 거짓 제스처로 본다.

서울신문은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현황 및 전매(前賣)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호반건설은 낙찰받은 공동주택용지 44개 중 61.4%인 27개를 전매했다. LH는 2009년 6월부터 경영 상황이 어려운 건설사에 한해 ‘분양 가격 이하’ 조건으로 다른 회사에 전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호반건설은 김 회장이나 부인인 우현희(53)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대주주인 계열사가 낙찰받은 공동주택용지를 전매할 경우 대부분을 자녀들의 회사에 넘겼다. 27개의 전매 필지 가운데 19개(70.4%)를 계열사들에 팔았는데 장남인 김대헌(31) 호반건설 부사장과 둘째 김윤혜(28)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 막내 김민성(25) 호반산업 전무 등 세 자녀가 대주주인 계열사들에 넘긴 것만 17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최승남 대표이사는 “우리는 지금도 2대 주주와 3대 주주가 서로 내부 전체 직원들의 공론을 통해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신문은 편집권을 맡아서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고, 앞으로 지면신문의 미래가 어려우니 그런 부분을 같이 서로 함께 고민하자고 하는데 투자자를 적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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