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의 인사가 논란이다. 지난달 26일 고위직, 31일 중간 간부 인사가 있었다. 두 인사 발표 뒤 각각 20여명의 검사가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이 지명된 6월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의원면직한 검사는 모두 67명. 

동아일보는 5일 “산술적으로 49일 동안 하루에 1.4명꼴로 검사가 사표를 냈다”며 “올해 초 검찰 인사에서 의원면직된 검사 10명까지 합하면 7개월을 조금 넘긴 시점에 총 77명의 검사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했다.

윤 총장이 취임 후 실시한 검사장·중간간부 인사가 계기다.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검사’가 요직을 휩쓸었다. 윤 총장 본인도 특수통이다.

▲ 지난달 8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달 8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한국일보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현 정부가 일선 검사들에게 보내는 ‘신호’가 확실해졌고 조직에 남아봤자 윤 총장 사단 또는 특수통이 아니면 홀대를 받을 게 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얘기”라며 “이번 정부 들어 특히 입지가 좁아진 공안통, 여권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그 기능을 경찰로 넘길 가능성이 높은 강력통 사이에선 위기의식마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특수통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인사로 인해 민생 범죄를 다루는 형사부나 선거·노동 사건을 다루는 공안부 기능이 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 정권을 수사 도마에 올린 인사들이 좌천한 것도 논란이다. 동아일보는 “전임 정권 등을 상대로 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대부분 요직으로 발탁된 반면 현 정권에 칼을 겨눈 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한찬식 전 검사장(51·21기), 권순철 전 차장검사(50·25기), 주진우 전 형사6부장검사(44·31기) 등 지휘 라인이 모두 사표를 냈다. 동아일보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하면서 청와대 인사의 소환 여부 등을 놓고 서울동부지검과 검찰 지휘부가 충돌했다는 얘기가 수사 당시에도 흘러나왔다고”고 부연했다.

▲ 동아일보 5일치 27면.
▲ 동아일보 5일치 27면.

“조국과 윤대진의 작품”

기자 칼럼도 윤 총장 인사를 세게 비판한다. 5일자 이순혁 한겨레 정치사회 부에디터 글이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고검장)을 배출한 기타 계열사는 서울북부지검(김영대)과 인천지검(김우현), 의정부지검(양부남) 세 곳이다. 그런데 그에 합당한 성과가 뭔가? 이 지역 검찰이 눈에 띄는 거악 척결이나 민생사범 처벌 실적이라도 냈나? 심지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이었던 의정부지검장은 대검까지 압수수색하는 요란을 떨고도 핵심 피고인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조직에서 별 존재감 없는 두 사람과 책임을 물어도 모자라는 사람을 총장 후보군인 고검장에 앉혀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부·여당과 관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손혜원 의원,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동부지검장(한찬식)과 서울남부지검장(권익환), 수원지검장(차경환)은 이번에 예외없이 옷을 벗었다. 이런 인사판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대진 검찰국장의 작품이라고 한다. 특수통 발탁, 승진 인사에는 윤석열 총장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백보 양보해 여기까지 그러려니 해도 이해하기 힘든 건 또 있다. 이번 검사장 승진자 가운데는 MB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우리법연구회 명단 수집 등 ‘좌파 법조인’ 공세를 위한 작업에 열심히 복무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포함됐다. 또 MBC PD수첩 사건 수사를 참 열심히 했다는 이가 검찰 특별수사를 조율, 관리하는 핵심 보직에 발탁됐다. 둘 다 ‘윤 사장’님과 각별한 인연이 회자되고 있단다.”

▲ 한겨레 5일치 27면 오피니언.
▲ 한겨레 5일치 27면 오피니언.

우려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다. 황인혁 매일경제 사회부장은 “문재인정부가 원하는 적폐수사를 전담한 검사는 주요 보직을 꿰차고 ‘살아 있는 권력’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좌천된다는 메시지로 인식되면서 왜곡된 수사 지침을 전달한 것이라는 불만이 검사들 사이에 확산되는 모양새”라며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탄식까지 섞여 나온다. 윤 총장이 이런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고 믿기 힘들지만, 검찰 수장으로서 편파 시비를 막지 못하고 인사를 강행한 건 방약무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도 경향신문 정동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지금껏 불공정하였지만, 이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투명한 인사 원칙과 기준으로 신상필벌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모든 국민들처럼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 모두 고대했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속칭 특수통들이 점령군마냥 요직을 쓸어가니 형사통 검사들의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또한, 정치검사들이 대윤 라인인지, 아닌지에 따라 승진 여부가 갈린다면 축출된 정치검사들이 인사에 승복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총장 취임 직후 인사를 실시하는 것이라 투명한 인사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여 공론화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종래 검찰의 불합리한 인사들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는 인사라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기대로 출발했던 ‘윤석열호’가 출발부터 정권의 사조직으로 전락할 조짐이 보인다는 걱정이 무리가 아닌 상황”이라며 “현재의 권력을 건드리면 인사 불이익을 당한다는 신호를 이토록 선명하게 보낸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한낱 헛구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사설도 “이번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엄정한 수사’ 당부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각오도 모두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5일치 정동칼럼.
▲ 경향신문 5일치 정동칼럼.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이 ‘규제완화’?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키로 한 조처에 정치권과 언론은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정부는 소재·부품 분야 해외 우수 인력이 국내 취업하면 근로소득세를 5년 동안 70% 안팎까지 감면해주고, 대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 합병할 때 대금의 2%를 세금에서 빼주는 대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몰아친 쇼크를 극복하려는 대책인 만큼 이 기회에 주 52시간 근무제와 화학 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같은 규제 또한 전향적으로 개선해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경제지는 더 직설이다. 매일경제는 5일 사설 제목을 “부품·소재 일본 넘으려면 규제부터 확 풀라”로 뽑았다. 사설은 “정부가 강조한 것처럼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통해 보다 근본적으로 일본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당장 자금을 공급해주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규제 완화로 기업들을 뛸 수 있게 해줘야 비로소 극일도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규제완화가 극일의 필요조건인 셈이다.

▲ 매일경제 5일치 사설.
▲ 매일경제 5일치 사설.
▲ 경향신문 5일치 3면.
▲ 경향신문 5일치 3면.

‘규제완화 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적다. 경향신문이 5일치 3면(“규제 다 풀면 ‘노동권·시민 안전 후퇴’ 우려”)에서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가 4일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규제완화’ 추진 내용을 포함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 대응책과 무관한 방안을 추진해 노동권과 시민 안전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을 뿐이다. 

경향신문은 “(당·정·청이 말하는) 환경 규제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 등의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 했다.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망 사고로 개정된 화관법은 유해물질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연구·개발 분야에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에도 “특별연장근로 대상에는 반도체를 테스트하는 생산직 노동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전반에 노동권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우려한 뒤, “환경·노동 규제완화가 대선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안전 규제강화’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폐지’를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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