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퀵·배달대행업을 규제‧지원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됐으나 이 법안에도 배달플랫폼과 퀵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제책은 미비하다. 위험에 내몰린 1인 배달대행 라이더 노동조건 개선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외 22명은 지난 2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서비스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배달플랫폼 사업자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금융·행정·재정지원과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명시했다. 또 발주 회사가 택배‧퀵서비스업체의 경쟁체제를 이용해 수수료 일정부분을 도로 챙기는 백마진·리베이트 관행을 금지했다.

이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조 등은 지난 2일 “무법천지 택배산업을 규제할 토대가 된다”며 환영했다. 기존 배송시장 규제법안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기업 간 관계만 다루는 탓에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종사자·소비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터다.

그러나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1인 배달라이더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은 미흡하다고 비판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라이더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사회보장 등 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법안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명시하는 내용이 전무하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3일 생활물류서비스법 발의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배달라이더 문제는 복합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데, (법안에) 노동자 권리 내용은 텅 비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배달플랫폼 시장은 관련 사업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며 저가 경쟁 중이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현재 라이더들이 받는 배송 단가는 3000원 수준이다. 1시간에 3건 뛰어야 최저임금을 받는다. 짧은 시간 더 많이 배달하려고 속도 경쟁에 내몰린다. 그러나 보험 가입도 어려워, 사고 땐 개인이 치료비와 형사상 책임 등을 모두 져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폭염에 폭우까지, 라이더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폭염에 폭우까지, 라이더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라이더유니온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실상 사용주인 플랫폼업체와 정부에 역할을 요구해왔다. 플랫폼업체가 안전장구와 오토바이 정비, 안전교육 실시 등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안전 단가제’ 규제를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 하원은 지난달 우버·리프트 등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종사자와 독립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발의안은 관련 내용이 담긴 ‘종사자 보호 및 서비스 향상’ 관련 조항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체에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고 썼다. 한편 업주는 종사자의 과로방지와 안전확보를 위해 휴식시간을 제공하거나, 기상악화에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도록 했다.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일 뿐이다. 퀵서비스 노동자도 같은 법 적용을 받는다.

라이더유니온은 “의무 아닌 추상적 규정에 그친다”며 “(플랫폼)사업자는 꽉 찬 혜택, 노동자는 텅 빈 권리.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플랫폼업체 이윤은 위험한 노동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감수한 라이더가 함께 창출했다. 그러므로 업체는 이윤을 나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 의무를 진다”며 법안을 고치거나 사업자법과 별도로 라이더 권리보장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국회와 국토교통부에는 관련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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