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고 트랜스젠더 남성에게 한 혐오발언을 사과했다. 그러나 최초 문제제기한 시청자를 상대로 법정 대응 방침을 밝혀 사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예명 ‘강학두’로 활동하는 유튜버이자 아프리카TV BJ(진행자)가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한 발언이 비판을 샀다. 강학두는 지난해 11월 생방송에서 자신이 만난 한 FTM(Female to Male·지정성별은 여성이고 성정체성은 남성) 트랜스젠더를 두고 “누가 봐도 여자”, “건방지고 싸가지 없음을 남자다움으로 착각” 등 표현을 썼다. 강학두는 유튜브에서 22만여명이 구독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발언은 8개월 뒤인 지난 1일 한 유튜브 이용자가 트위터로 문제제기하고 공유되면서 “여성혐오이자 트랜스젠더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강학두는 이튿날 자신의 팬들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여성의 성별로 남성이 된다는 건 멋진 노력이다. 하지만 남성이 되고 싶은 분이 게이바에 와서 진상 행동을 한다면 종업원 입장에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공간에서 남자인 척해봤자 불쾌하다고 할 수 있다”고 글을 남겼다.

▲트랜스해방전선이 2일 낸 ‘트랜스남성은 여성이 아니다’ 성명.
▲트랜스해방전선이 2일 낸 ‘트랜스남성은 여성이 아니다’ 성명.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날 ‘트랜스남성은 여성이 아니다’란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성명에서 “그는 FTM 손님을 자기 주제 모르는 여성으로 묘사했다”며 “트랜스젠더는 ‘사회가 정한 성별 정체성과 다른 방향으로 본인 성별을 인식하는 모든 사람’을 이른다. 그가 트랜스남성을 두고 ‘여성에서 남성이 된다’고 묘사한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비-트랜스젠더로 사는 사람들은 ‘당신은 왜 여성/남성으로 인식하느냐’고 질문받는 일이 드물지만, 트랜스젠더퀴어들에겐 일상”이라고도 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성명에서 트랜스미소지니(Transmisogyny․트랜스여성혐오)란 용어를 들었다. 단체에 따르면 ‘트랜스여성혐오’는 트랜스젠더 전반에 가해지는 중첩된 혐오(트랜스젠더혐오와 여성혐오 등)를 말한다. 트랜스해방전선은 “분명 가해당한 사람은 트랜스남성이지만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했다는 점에서 이 일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1인 크리에이터 강학두의 2일 사과 영상 갈무리. 사진=강학두 유튜브 채널
▲1인 크리에이터 강학두의 2일 사과 영상 갈무리. 사진=강학두 유튜브 채널

같은 날 강학두는 아프리카TV 방송을 열어 “남자다운 척이라는 언급은 백번 생각해도 발언을 듣고 마음이 상했을 FTM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진정 죄송하다”며 “(오픈카톡방에서)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바뀐 성별로 인정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남성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점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영상은 현재 삭제됐다.

강학두는 그러면서도 최초 문제를 제기한 시청자나 영상 유포자에 고소 방침을 밝혔다. 그는 같은 방송에서 “△최초로 (본인 의도와 다르게) 짜집기하거나 △영상을 무단 촬영해 저작권 침해하거나 △성소수자로 가렸던 본명을 공개하고 죽인다고 위협하는 등 글을 남긴 이는 고소하겠다”며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려 노력하겠지만 선처는 없다”고 말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이에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랜스해방전선 꼬꼬 인권대응팀장은 4일 미디어오늘에 “(강학두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사과를 했다기보단, 사과 영상을 올리기 전까지 자신이 받은 비판을 파악한 뒤 마지못해 한 말이라 생각한다”며 “본인이 게이임을 강조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한국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부재한 현실을 고려하면 그의 행동은 모순이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소를 취하하는 게 그가 다른 퀴어들과 연대를 보이는 최소한의 행보”라고 말했다.

이어 꼬꼬 팀장은 사과방송을 두고 “자신이 불특정다수 트랜스남성을 불쾌하게 만든 혐오발화를 했다(고 인정한다)면, 트랜스젠더를 이해할 수 있는 논문과 서적, 기사 등을 들며 앞으로 제대로 자숙하겠다고 말해야 했다”고도 했다. 그는 “단순히 말로 그치지 말고,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에게 자문을 구해 자신이 달라지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영상을 생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방법도 20만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뭔가 깨달음을 주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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