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자 3일 조선일보가 “지금 최대 피해자는 기업”이라며 정부를 향해 “기업 활동을 억누르는 반(反)기업정책을 수정하고 과도한 노동 편향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사방서 몰려오는 복합 위기, 극복 못 하면 미래는 없다”에서 한국의 경제와 안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감정적인 선동을 자제하고 ‘노동 편향 기조’를 수정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일이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한 것은 반세기 넘게 동북아 안보의 밑받침이 돼온 한미일 삼각 협력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지금 동북아 안보는 시계 제로 상태”라고 우려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올인’ 하다시피 공을 들인 북한은 노골적으로 우리를 깔아뭉개며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리 군은 요격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미사일의 비행경로도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판문점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실무 협상을 외면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3일자 경향신문 사진기사
▲ 3일자 경향신문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이번 한일관계에 미국이 형식적으로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이 신문은 “美 ‘휴전’ 제안 거부한 일본…의심받는 미국의 중재의지”란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로 한일 관계를 중재할 마음이 있었다면 화이트국가 제외 결정을 내리기 이틀 전에 ‘현상 유지’ 협정을 맺자고 했겠느냐”는 한 도쿄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며 일본이 미국과 이미 ‘밀월관계’를 만들어놨지만 “미국이 워싱턴DC까지 정부 관료, 국회의원 대표단을 파견해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막판에 중재하는 척했다”고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끌고 갔다고도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일본처럼 2차 세계대전 이전 식민지를 경영한 미국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정리됐던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며 “미 백악관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데 이어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국이 대응전략으로 고민하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자해적 보복전”으로 규정하며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위태로워지는 중대한 시점에 기댈 곳 하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반기업정책을 펴왔다’며 이를 중단하라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정부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업은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정부는 반도체 호황과 세수 풍년에 기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반기업정책을 서슴없이 밀어붙여 왔다”고 분석한 뒤 “과도한 노동 편향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한겨레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자해행위’로 규정하며 한국 정부에 단호한 조처를 주문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이 7월 초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내렸을 때처럼, 한일 무역전쟁의 발발 책임을 아베 아닌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일부 야당과 보수 언론의 무분별한 행동이 더는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며 “피해자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자유무역 원칙을 무너뜨린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재고물량 확보와 수입처 다변화 등 가용 대책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위험을 부풀려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한겨레는 “냉전 시절 한국의 군부독재 정권과 일본이 체결한 1965년 한일 협정 체제를 더 이상 낡은 모습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상징적인 신호와 같다”며 “‘경제에 타격이 크니 어떻게든 화해하자’는 식으로 손쉽게 갈등을 봉합하려 해선 안 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정부는 ‘65년 체제’의 유산 중 책임질 건 책임지더라도, 시대적 가치 변화를 반영하는 쪽으로 당당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한국이 소재 국산화에 나서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다. 사설에서 “아베의 일본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길은 원천기술 확보와 부품·소재·장치 분야에서 대일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것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부품 소재 기술 개발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해 대일 의존도를 크게 줄여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3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아베의 ‘폭주’…한·일 ‘경제전쟁’ 속으로”
국민일보 ‘한·일, 수교이후 최악…문 대통령 “지지 않고 상응 조치”’ 
동아일보 ‘한일 파국…文대통령 “日도 큰 피해” 경고’
세계일보 ‘결국 파국 택한 아베…文 “다시는 日에 지지 않겠다”’
조선일보 ‘文대통령 “맞대응한다, 다신 일본에 안진다”’
중앙일보 “4시간 만의 반격…대한해협 얼어붙었다”
한겨레 ‘경제전쟁 택한 아베…문 대통령 “지지 않겠다”’
한국일보 ‘눈에는 눈…“日에 안 질 것” 경제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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