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대변인실은 지난해 2월14일 지역 특산품 ‘○○사과’를 1191만 원어치 샀다. 받는 이는 ‘기자 등 언론 관계자’. 지출내역 3건을 보면 93명에게 548만7000원, 75명에게 442만5000원, 34명에게 200만6000원이 쓰였다. 모두 “설 맞이 지역홍보를 위한 시정홍보 특산품 구입용”이다. 대구시 출입기자단 소속 매체는 지역지 6개, 전국 권역 매체 20개 남짓이다. 30개로 계산하면 매체당 약 39만 원어치 사과가 돌아갔다.

대구시는 같은 날 136만 원을 더 썼다. A업체에서 ‘설 관련 지역원로 홍보품’을 구입했다. ‘기자 등 언론 관계자’가 대상이다. A업체는 대구 중구에 있는 가게로 약령환, 경옥고 등의 한약재 상품을 판다.

지난해 설·추석 언론인 선물을 구입한 광역시는 3곳 더 있다. 대전, 부산, 인천시다. 인천시청의 2월 14일 지출규모가 가장 크다. 286만 원으로 유기비료 등을 생산하는 B업체에서 물품을 구매했다. 추석을 앞둔 9월19일엔 같은 곳에서 ‘강화섬쌀’을 175만 원어치 구입했다. 구매내역에 등록된 언론인은 50명, 1인당 3만5000원으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정하는 농수산물 구입 비용 최대한도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인천은 3월2일엔 시청과 공동으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든 업체에서 물품 138만 원어치를 구매해 언론인용 선물로 지급했다.

▲7개 특별·광역시 기자 대상 업무추진비 내역 내림차순 목록 중 일부. 디자인=이우림 기자
▲7개 특별·광역시 기자 대상 업무추진비 내역 내림차순 목록 중 일부. 디자인=이우림 기자

미디어오늘이 7개 특별·광역·특별자치시의 2018년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식사, 선물구입 등으로 언론인에게 지출된 규모는 최소 7억 6786여만 원이었다. 대상 지자체는 서울시청, 대구·대전·부산·울산·인천시청 및 세종시청이다. 광주시는 40여개 과·실 중 공보관실 업추비만 공개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전시는 2월 7일엔 100만 원, 9월 6일과 18일엔 각 110만 원, 162만 원 씩 지역생산품을 구매해 기자들에게 줬다. 서울 주재기자들에게도 1월과 9월 각 65만 원씩 지역농산품을 사서 나눠줬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1월 29일 19개 매체 27명 기자들에게 줄 ‘지역 특산품 홍보를 위한 기념품’을 135만 원어치 샀다. 건설본부는 9월 7일엔 ‘마을기업 특산품 홍보를 위한 언론관계자 지원’에 130만 원을 썼다.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지자체는 대구시다. 822건에 1억 7223여만 원이다. 서울시는 1003건에 1억 3534여만 원으로 2순위다. 대전은 935건에 1억2594만원을, 부산시는 348건에 1억 1609만 원을 썼다. 울산이 343건, 1억1494만원으로 뒤를 잇고 인천이 472건에 6766만원을 지출해 다음을 잇는다. 인구 규모가 다른 지역의 10~20% 수준인 세종은 340건에 3697만 원을 썼다.

▲2018년 광역·특별·특별자치시 업무추진비 분석 결과 중 일부. 광주광역시는 대변인실 내역만 정보공개해 대상에서 제외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2018년 광역·특별·특별자치시 업무추진비 분석 결과 중 일부. 광주광역시는 대변인실 내역만 정보공개해 대상에서 제외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과다지출 정황도 발견된다. 대구시 명절 선물은 한 예다. 서울시는 12월7일 출입기자단 체육대회 및 송년회 비용으로 295만2000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울산은 건당 지출금액이 33만5100원으로 가장 크다. 부산도 33만4400원으로 비슷하다.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은 쓴 대구(20만9500원)보다 10만 원 넘게 많을 정도로 평균 지출액이 높다. 인천은 14만3300원, 서울은 13만4900원, 대전은 13만4700원 순이다. 세종이 10만5000원으로 가장 낮다.

부산·울산은 30~50만 원 대 식사자리가 절반 이상이었고 나머지 5개 시는 20만 원 이하 식사자리가 대부분이다. 울산은 342건 중 145건이 40~50만 원을 식사에 지출한 간담회다. 30~40만 원 지출은 203건으로, 30~50만 원 지출이 59%에 달한다. 부산도 40~50만 원 지출이 863건 중 264건(30.5%)을 차지했다. 대구는 9만 원을 지출한 간담회 자리가 가장 많았고 70%(579건) 가량이 20만 원 이하 지출이다. 서울은 5만 원 이하 식사자리가 197건(19.6%), 5~10만원 이하 식사 자리가 318건(31.7%)이다. 대구와 서울은 부산·울산에 비해 소규모 식사자리가 더 잦은 지자체다.

언론감시 기구 사이에선 정보공개제도가 자리잡고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주먹구구식 지출 관행은 줄어드나 지자체의 경각심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부산시 언론홍보비 내역을 조사한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2018년 공보담당이 ‘시정홍보 간담회’란 이름으로 240여건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 1년 52주 기준으로 한 주에 4.6건씩 10~50만 원 규모 밥을 산 건데, 담당관이 매일 기자들의 밥을 사준 격이다. 이런 관행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 지적했다.

이 지적은 대전에도 해당된다. 기자 식사비 지출이 928건으로 두 번째로 높은 대전시는 1주 평균 17번, 하루 평균 3~4건씩 기자들 식사비를 냈다. 이 중 대변인실 지출은 561건으로 1주 평균 10번 꼴이다.

박 사무국장은 또 “지자체 선물구입 관행도 지역특산품 진흥 취지로 기자실 뿐만 아니라 다른 과·실까지 동일한 규모로 지급됐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서 지출 규모가 크다면 세비지출 관점에서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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