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개인정보 비식별 정보 소송이 진행 중인데 ‘최종 무혐의’라고 오보를 냈다.

지난달 매일경제, 이데일리, 아이뉴스24, 디지털데일리 등은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 소송 항고심에서 검찰이 ‘기각’한 사실을 다루며 ‘최종 무혐의’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오보’다. 검찰이 시민단체 항고를 기각한 건 맞지만 이후 시민단체는 ‘재항고’를 제기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 보도가 나온 시점은 재항고 이전이지만 행정소송은 재항고가 가능함에도 확인 없이 ‘최종 무혐의’라고 쓴 점이 문제다. 소송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화만 한 통 해도 알 수 있는데 연락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가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개인정보를 가공한 비식별 정보는 개인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당사자 동의 없이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비식별 정보라 해도 여러 정보를 결합하면 개인정보가 드러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2017년 비식별 정보도 동의가 필요한 개인정보라며 정부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개인정보 비식별 가이드라인.
▲ 개인정보 비식별 가이드라인.

경제지들은 비식별 정보 이슈를 다루며 시민단체 탓에 빅데이터 산업 성장이 가로막혔다는 ‘프레임’의 보도를 내고 있는데 일방적인 보도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22일 매일경제는 “최근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은 기업과 기관들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비식별 정보 활용에 대한 물꼬가 트인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매일경제는 “데이터 사업 말만 꺼내도 시민단체 고발 쏟아져” 기사를 통해 시민단체가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개인정보 활용을 막자는 게 아니라 동의를 받으라는 게 우리의 지적”이라며 “지금도 동의를 받으면 사업할 수 있다. 이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시민단체가 빅데이터 사업 자체를 막는다는 식의 보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비식별 정보의 일종인 가명정보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가명정보 활용을 명시한 정부 법안에 우려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가명정보라 해도 개인정보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대거 유출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욱 강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명정보는 이름, 소속 등을 다른 내용으로 바꾼 정보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도 해당 법안에 대해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한편 소송 쟁점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항고심 때 검찰의 기각 결정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비식별 정보는 개인정보로 볼 수 없고, 개인정보가 드러난다고 해도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준수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서채완 변호사는 “비식별 정보 첫 소송 때 검찰이 인용한 근거는 IMS헬스 사건 1심 판결인데 이후 2심에서 법리가 바뀌어 비식별 조치 문제가 인정됐다. 그런데 항고심에서는 바뀐 판결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 사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가명정보에 개인정보가 다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서채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가명처리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비식별 정보 활용이 가능하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가이드라인을 근거라고 하는데 이는 행정규칙이다.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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