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북 관련 보도 중 외신을 인용하면서 지나치게 경솔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북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인용한 TV조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 북한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는 도쿄신문의 보도를 인용한 YTN입니다. 두 방송사 모두 외신을 전적으로 믿는 듯 앵무새처럼 전하기만 했고, 교차검증을 위한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WSJ은 정정했는데, 정작 인용 보도한 TV조선은 정정 안 해

우선 TV조선은 26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TV조선 <“北, 싱가포르 회담 뒤 핵무기 12개 더 제조”>(7월26일, 신준명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이 미사일에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전 세계적인 걱정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핵무기 12개 분량의 핵물질을 생산했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남북대화, 미북 대화의 와중에도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늦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 지난 7월26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한 TV조선
▲ 지난 7월26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한 TV조선

 

신준명 기자도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핵무기 12개를 추가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겨울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핵물질을 추출하는 원심분리기가 있는 건물 지붕에만 눈이 쌓여 있지 않습니다. 계속 가동 중이라는 뜻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개꼴로 핵무기를 늘려 지금은 최대 60개까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미 국방정보국의 분석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While Trump and Kim Talk, North Korea Appears to Expand Its Nuclear Arsenal>(7월27일)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12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난 25일자(현지시간) 자체 보도가 ‘부정확하게(incorrectly) 기술된 것’이라면서 27일, 해당 내용을 기사에서 삭제했습니다. 이 내용은 연합뉴스 <WSJ “‘北 핵무기 12기 추가생산 가능성’ 보도, 부정확”…내용 정정>(7월29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7월27일 북한이 12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했다는 사실이 부정확해 삭제했다고 밝힌 WSJ.
▲ 7월27일 북한이 12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했다는 사실이 부정확해 삭제했다고 밝힌 WSJ.

 

TV조선의 이 보도는 26일에 나온 것이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앞선 보도에서 문제 부분을 삭제하고 이를 알린 것은 27일이었습니다. 애초 외신을 보도하면서 교차검증 및 분석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신봉하고 옮겨주는 것도 문제적 태도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를 삭제한 이후에도 TV조선은 정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문서? 진위 여부 파악 않고 섣불리 보도한 YTN

비슷한 일이 YTN에서도 있었습니다. YTN은 <北 문서 “미제가 있는 한 제재 해제 없어”>(7월28일, 박희천 기자)에서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내용을 전했습니다. 

도쿄신문의 기사는 연합뉴스에서 28일 정오쯤에 먼저 보도했는데요. 연합뉴스 <北 작년 11월 내부문서에 “미제가 있는 한 제재해제 있을 수 없어” <도쿄신문>>(7월28일)는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와 북한 노동당의 지침을 치안기관에 주지시키는 내용의 북한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는 도쿄신문의 보도를 전했습니다. 도쿄신문은 해당 문건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놈’이라고 표현”, “(문 대통령이 북측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보낸 귤에 대해) ‘괴뢰가 보내온 귤은 전리품이다’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쿄신문이 제시한 ‘북한 내부 문서’의 진위는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언론사들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런 확인 작업 이후 보도해도 늦지 않습니다. 실제로 28일 타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이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지난 7월28일 도쿄신문발 ‘북한 문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여부.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7월28일 도쿄신문발 ‘북한 문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여부.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런데 YTN은 저녁종합뉴스에 보도를 내놨습니다. 기사제목도 <北 문서 “미제가 있는 한 제재 해제 없어”>라고 해서, 도쿄신문의 일방적 보도내용일 뿐이라는 인상도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YTN 보도에서는 관련 정부 부처인 통일부나 국정원에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한국일보 <문 대통령이 보낸 감귤 “괴뢰가 보낸 전리품” 北, 진짜 속내는>(7월28일, 김회경 특파원)에서도 도쿄신문의 보도를 인용하긴 했지만, “통일부는 도쿄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이러한 문서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며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라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한국일보는 문서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통일부에 문의한 것인데, YTN도 도쿄신문의 보도를 인용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노력은 했어야 합니다.

▲ 지난 7월28일, 도쿄신문 보도 검증 없이 받아쓰기한 YTN
▲ 지난 7월28일, 도쿄신문 보도 검증 없이 받아쓰기한 YTN

 

그러나 YTN이 충분한 확인도 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인용 보도한 도쿄신문의 보도는 허위조작정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괴뢰가 보내온 귤은 전리품’ 北문건 日보도는 가짜뉴스”(종합)>(7월31일)에 따르면, 정보당국 등은 “도쿄신문이 지난 28일자 지면에 공개한 문건은 글씨체와 줄 간격, 띄어쓰기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북한 내부의 공식 문건과 전혀 다르다”, “단어와 단어, 줄과 줄 사이가 들쑥날쑥해 조악한 것으로 보이고, 문건에 사용된 글씨체도 통상 공식 문건에 사용하는 글씨체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정보당국은 “문건에 등장하는 ‘트럼프 놈’이라는 표현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부 문건에서 자취를 감춘 표현”, “드러난 자료로만 보면 신문 보도가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YTN 패널의 따끔한 지적, YTN이 귀 담아 들어야

YTN의 보도 이튿날인 지난 7월29일 YTN <뉴스N이슈>에서 <이슈 인사이드-7월 ‘반쪽’ 국회…野 “글로벌 호구” 비판>(7월29일 대담)에 노동일 교수가 출연해서 도쿄신문 보도를 인용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는데요. 이 발언은 아무런 검증 없이 도쿄신문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쓴 YTN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특히 북한 관련 뉴스, 도쿄신문에서 보도한 그런 부분도 있는데 우리가 여러 차례 봤지만 북한 관련 뉴스는 어디에서 나오든 간에 어디에서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잘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 부분들이. 그걸 그냥 인용했다고 하는 것은 그것도 역시 그야말로 설득력이 부족한 그런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23~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문의 : 박진솔 활동가 :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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