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일본 수출규제와 총선을 연관지은 보고서를 작성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사실이 지난달 31일 드러난 가운데, 이번 논란에 대한 민주당 사과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 목소리가 연이틀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논란과 관련한 민주당 측 대응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변명이 길어질수록 사과의 진정성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연구원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 대변인은 “오늘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언론과 야당 비판이 지나치다’며 ‘일본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이때 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서 오히려 남 탓을 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국민 악재가 총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입에 담아서도 글로 써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 공식보고서가 아니다’라는 주장엔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대외비 조건 붙여 배포된 자료가 공식 보고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공식보고서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위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위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지난 6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연구원 보고서가 유출인지 아닌지, 공식 보고서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논점을 흐릴 뿐”이라며 “유출되지 않았다면, 보고서 내용 자체는 괜찮다는 뜻인가. 집권 여당은 야당과 국민을 탓하기 전에 집안 단속에 나서길 바란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다른 당에서도 한일 갈등 때문에 내년 총선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분석은 했을 수 있다. 이것이 외부적으로 유출됐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평화당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김재두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이해찬 대표가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동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동을 서둘러 덮으려는 것은 또 다른 말 못한 사정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동을 허둥지둥 처리하는 과정을 보니 양 원장이 단순한 총선의 병참기지 사령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표하지 않은 여론조사가 해당 기관 동의 없이 사용됐다는 논란에 “보고서 기초가 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누가 어떤 경로로 입수한 것인가. 그리고 양 원장은 그것을 언제 알았는가. 민주연구원이 남의 영업 비밀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입수해 자신들의 전략보고서로 가공, 배포한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동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황교안 대표는 “우리 당에 친일 프레임 씌우고 반일 선동한 정부 의도가 이번에 백일하에 드러났다.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매국적 정국전략에 따른 것 아니겠나”라며 “국민들께서 이를 준엄하게 심판하실 것”이라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연구원은) 민중 선동 연구원인가. 국회의장, 광역단체장 관제 선거 의혹 중심에 서더니 선거 위해 국가 경제 안보마저 인질 삼는 못된 심보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자로 작성된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대외주의) 문건은 “최근 한일갈등에 관한 대응은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역사문제와 경제문제를 분리한 원칙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다.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음 △자유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은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지만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음 △수출규제 해결방안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여론 등이 담겼다.

이 보고서가 여당 의원 전원에게 이메일로 발송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민주연구원은 7월31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며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이나 연구원 공식 입장이 아닌 조사 및 분석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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