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변호 나선 한국경제와 조선·중앙
삼바 분식회계 변호 나선 한국경제와 조선·중앙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회계사기 사건은 지난해 크게 공론화됐습니다. 삼바는 경영 성과를 부풀려 회계 장부를 고의로 조작했다는 분식회계 의혹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삼바가 본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몸값을 올렸고, 삼바는 투자이익을 얻게 돼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냈다는 것입니다. 많은 언론은 삼바가 분식회계를 감행한 이유에 ‘이재용의 삼성그룹 승계’를 위해서라는 보도를 냈습니다.

지난해에 삼바 분식회계 이슈가 공론화되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삼바와 삼성전자가 증거를 은폐했던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고 삼바 대표는 회계사기 건에 대해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7월20일 삼바 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지만 증거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삼성 임원진들의 소환조사가 이어지는 만큼 상황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 에서는 삼바와 관련해 밝혀지는 새로운 이슈들을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 언론은 삼바 수사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삼성 감싸주기에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삼바 수사에 미온적 태도 보인 조선·중앙 

검찰이 3월에 삼바를 압수 수색을 했던 때를 기점으로 언론들은 삼바의 증거 은폐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굵직한 이슈들이 줄을 이었던 올해 상반기, 언론별 삼바 이슈 보도량을 따져봤습니다. 삼바 이슈를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한겨레입니다. 한겨레는 총 71건의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고 삼바를 지속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다음으로 경향신문은 53건, 한국경제는 48건의 기사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보도량이 적은 신문은 조중동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삼성의 은폐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7월17일 김태환 삼바 대표에게 영장이 재청구 되었다는 소긱을 전한 이후 삼바를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4월25일부터 7월25일까지 삼바 분식회계 수사 진행과정에 따른 보도량 (별지섹션 제외), *(괄호)는 의견기사 건수이며, 이는 보도량에 포함돼 있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4월25일부터 7월25일까지 삼바 분식회계 수사 진행과정에 따른 보도량 (별지섹션 제외), *(괄호)는 의견기사 건수이며, 이는 보도량에 포함돼 있음.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 경향과 한국경제가 3개월 동안 많은 보도를 냈지만, 각자 집중하는 바는 달랐습니다. 한겨레는 <삼바 증거인멸에 삼성그룹 보안담당 임원도 가담>(5월9일, 임재우 기자), <삼성의 3번째 거짓말… 삼바 지분매입 시도도 은폐했다>(5월16일, 최현준 기자) 등을 통해 삼바의 새로운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이 사실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도 <작전하듯 3단계로 삼바 증거인멸… 직원 휴대폰 초기화까지>(6월4일, 김원진 기자) 등 새로운 정황이 포착될 때마다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한국경제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경제는 주로 삼성 측의 입장을 강조하는 기사를 많이 게재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이 삼바 은폐 정황을 열심히 다루고 있던 5, 6월에 한국경제는 <삼성 “삼바수사는 진행 중… 추측성 보도 자제해 달라”(5월24일, 좌동욱 기자), <청(靑)이 바이오산업 키운다더니…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로 삼성 신뢰도 추락”>(5월29일, 황정수·전예진 기자) 등의 기사를 보도하며 삼바에 대한 비판을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했습니다. 또한 삼바의 임원진이 줄을 이어 소환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한겨레가 이재용 책임 물을 때 이재용 결기 운운한 조선일보

삼바 보도를 자제하던 조선일보는 삼바 수사에서 이재용의 이름이 들려오자 태세를 전환해 노골적인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데스크에서-이재용의 결기가 필요하다>(6월25일, 신은진 차장)에서 4년 전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비난을 받자 이재용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수습한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번에도 그런 이재용의 면모를 보여 달라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됐습니다.

국민의 눈에는 어딘가 주눅이 들어 있는 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지금 삼성그룹은 위기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돌파 전략은커녕 리더십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4년 전 그때처럼 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결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그게 50만 삼성그룹 임직원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고, 결국 삼성이 살고 이 부회장이 사는 길이다.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정황을 전하는 보도하나도 내지 않던 조선일보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칼럼을 게재한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반면 한겨레는 <‘삼바 회계사기’ 이면에 그려진… 삼성의 ‘빅 픽처’ 보이나요?>(7월5일, 임재우·최현준 기자)에서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삼성의 ‘큰 그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분식회계가 이재용의 그룹 지배력과 금전적 이득을 위해 설계됐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삼성 감싸주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조선일보만 삼성을 걱정해준 것은 아닙니다. 한국경제는 삼성 측, 기업인, 회계학계의 의견을 기사의 제목으로 갖다 쓰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제가 보도한 기사들 가운데 삼성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볼 수 있는 따옴표 제목들을 추려보았습니다.

한국경제는 법조계, 회계학계, 기업인들의 입을 빌려 삼성 흠집 내기를 그만두라는 기사를 지속해서 보도했습니다.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삼바의 입장을 제목으로 옮긴 기사들도 많았습니다. 제목도 적나라하지만, 기사 내용도 적나라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경제는 기업인들과 회계학계의 코멘트를 인용해 삼바가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일 뿐 ‘회계사기’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 지난 5월24일부터 7월24일까지 따옴표형 기사제목으로 삼성 변호하는 한국경제.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5월24일부터 7월24일까지 따옴표형 기사제목으로 삼성 변호하는 한국경제.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이 주장은 삼바 측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한겨레 <삼바 대표, 영장심사때 ‘회계사기’ 사실상 인정했다>(7월25일, 임재우 기자)에 따르면 삼바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처럼 좋은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둘 수는 없어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는 삼성이 ‘회사 가치가 높아져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어려워지자 ‘부당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문제없이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고 전략을 바꿨으며, 이 말은 삼바가 회계사기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봤습니다. 한국경제는 삼바의 분식회계를 옹호하고, 한겨레는 삼바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경제 <회계학자 10명 중 9명 “제2 삼바사태 또 온다”>(6월24일, 하수정·이우상 기자)에는 하나의 회계 처리 기준에 여러 가지 판단이 가능한데, 옳고 그름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회계학계의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사설-분식회계 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엄중한 책임 물어야>(5월2일)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는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실적을 고의로 부풀리거나 손실을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다. 미국·일본 등에선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은 문을 닫게 할 정도로 강도 높게 처벌한다.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은 분식회계 사태로 2001년 파산을 신청했고, 일본 도시바는 회계부정으로 74억엔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자부심 사라진 삼성맨’ 걱정하는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급기야 ‘삼성의 자부심’이 흔들릴까 우려를 하고 나섰습니다. 한국경제는 <‘자부심·조직력·1등주의’ 실종… 삼성이 흔들린다>(7월22일, 고재연·황정수·좌동욱 기자)에서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삼성에 있던 자부심, 조직력, 1등 정신이 삼성 수사와 재판, 한·일 갈등의 여파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일류 기업을 외치던 삼성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의 위기뿐만 아니다. ‘적폐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삼성이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쌓아온 경영 철학들마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50만 명의 삼성그룹 조직원이 느끼던 ‘삼성맨’으로서의 자부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한 조직력, 1등 정신이 사라지면서 ‘3무(無)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가 주장하는 ‘1등 기업의 경영 철학’은 그간 삼성이 저지른 온갖 비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걸까요? 한국경제는 이 기사에서 ‘한 원로 기업인’을 등장 시켜 “최근 삼성은 ‘24시간’을 미래가 아닌 과거에 쓰고 있다”라는 내용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이 코멘트는 다시 <사설-“한국 대표기업이 24시간을 미래 아닌 과거에 쓰고 있다”>(7월22일)의 제목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사설은 “기업들이 ‘과거’에 발목 잡혀 귀중한 재원과 시간을 허비하는 건 국가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 수사가 진행되는 중인데, 한국경제는 어떻게 이 과정을 ‘과거에 발목 잡혀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이정도 표현이면 삼성의 관계자가 쓴 글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삼성 망하면 대한민국 망한다?

분식회계 수사가 진행되면서 삼바의 실적에도 타격이 갔습니다. 삼바의 올해 2분기 영업 손실은 154억 원이고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37.7% 감소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와 한국경제는 삼바의 실적 부진을 다룬 기사를 내놨습니다. 동아일보는 <겹악재 빠진 삼바, 2분기 영업손실 154억>(7월24일, 유근형 기자)에서 삼바의 실적 악화는 공장의 정기 유지와 보수가 큰 요인이고, 분식회계 소송 법률 자문 비용에 많은 돈을 투자한 탓도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경제가 보는 영업 손실 요인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동아일보보다 더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워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그중 가장 이상한 보도는 <“외풍에 M&A·사업개편 차질… 삼성 흔들리면 나라 경제도 휘청>(7월24일, 황정수·고재연 기자)입니다. 한국경제는 ‘삼성을 푸대접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는 전 삼성전자 사장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한국경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삼성의 실적은 올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라며 불안감을 조성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렇게 삼성 실적 하락에 대한민국 경제를 연결해 대중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형성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매출이 대한민국 유가증권시장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고,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삼성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 수사와 삼성의 실적은 분리돼야 합니다. 삼성의 범법행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이에 대한 삼성의 이미지 하락 역시 삼성이 떠안아야 할 문제입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 앞에 정당화될 수 있는 범죄란 없습니다. 이 사실을 적어도 언론이 알고 있다면 이와 같은 보도를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4월25일~7월25일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 문의 : 공시형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주영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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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01 10:39:39
제2의 대우와 엔론의 분식회계를 원하는 건가. 분식회계를 가리면,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되는지 묻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