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지연을 옹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글이 남겨지고 언론에 인용되는 건 결코 사법부 신뢰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근 언론에 인용된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블로그 글을 사례로 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출석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최근 강민구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관련 SNS(블로그)에 남긴 글이 논란이다. ‘양승태 코트(court)’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던 건 박근혜 정부에 외교·정책적 판단을 위한 도움을 주기 위한 거라고 했다”며 “판결을 ‘정책적 고려’라는 이름으로 지연하는 게 타당하냐”고 물었다.

김인겸 차장은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확정된 실체적 진실을 토대로 판단하겠지만 국민 여론이나 당시 상황에 대해 복합적으로 고려는 해야 한다. 어떤 게 우선이냐는 물론 법과 원칙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다만 “질문을 바꿔보겠다.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박 의원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김용욱 기자
▲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김용욱 기자

박 의원은 “글 끝부분을 보면 정치상황과 정부의 필요성 고려를 강조하는데 삼권분립이 돼 있으니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가며 재판하는 건 있을 수 없다. 판결이 이뤄진 뒤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 중 법리적 부분이나 수용할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판결 선고 전부터 정치적 상황을 적극 고려한다는 건 옳지 않은 태도”라며 “이런 글이 남겨지고 언론에 인용됨으로써 우리나라 재판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국민이 생각하는 것은 결코 사법부 신뢰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현직 법관들의 의견 표명 자체가 법관윤리강령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지적한 부분을 검토해 사법부 신뢰 문제가 없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본인 블로그에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일본의 통상 보복(개인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양승태 코트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ㆍ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대표적 사법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대법원장 등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며 “사법부도 한 나라의 국가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승태 코트 시절 그 같은 고려를 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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