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한빛 원자력발전소 4호기 원자로 격납 건물에서 157cm 깊이의 초대형 공극(구멍)이 발견된 가운데 이미 한빛 4호기에서만 97개의 공극이 발견되자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당장 한빛원전 가동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내 원전의 발견 공극 수는 현재 233개에 달하며, 한빛 4호기에서 97개로 가장 많은 공극이 발견됐다. 같은 시기, 같은 기술로 건설된 한빛 3호기에서도 94개의 공극이 발견돼 두 호기에 공극 발생이 집중(81%)됐다. 

신용현 의원은 “공극이 발견된 콘크리트 벽 두께가 약 167cm임을 감안 할 때 10cm 내외 두께의 벽에 원전의 안전을 맡긴 셈”이라고 지적한 뒤 “이번 초대형 공극도 처음 발견됐을 때는 깊이가 38cm였고 확대점검 과정에서 157cm로 커진 것을 고려한다면 또 어디서 어떤 초대형 공극이 발견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영광 한빛 원전. ⓒ영광군
▲영광 한빛 원전. ⓒ영광군

당장 한빛 3·4호기에 대한 면밀한 특별점검이 필요하다. 한빛 3호기와 4호기는 1989년 6월 공사를 시작해 3호기는 1995년 3월, 4호기는 1996년 1월 공사를 끝마쳤다. 신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계속됐던 해이한 원자력 안전의식이 탈원전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되는 것 아닌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한빛 3·4호기 부실시공과 관련해 현대건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하자보증 책임 및 법적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해서 현대건설에 민형사상 손배소는 어렵다”는 입장을 김 의원실에 밝혔다. 앞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부실시공 부분이 분명 있었다”고 밝혔다.

김종훈 의원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민형사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부실시공 책임을 면죄 받아선 안 된다. 원안위·산업부·한수원과 관계기관들이 범정부 차원에서 엄중한 처벌을 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전북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원전 안전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라며 “인접 지역주민들이 감시권한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치단체에 원전 정책에 참여하거나 자체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빛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면적 총 1360㎢ 가운데 전북은 50.4%, 전남은 49.6%다. 

▲전남매일 지면.
▲전남매일 7월30일자 사진기사.

광주일보는 31일자 사설에서 “영광주민들은 원전 건설 당시부터 원전 측에 부실시공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당했다”고 비판한 뒤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부실공사의 실태와 원인 및 책임소재를 가려내고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민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한빛 원전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체르노빌 같은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국가적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며 범정부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전남·전북지역 시민단체 연합체인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 1·3·4호기 즉각 폐쇄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는 “민관 합동 조사를 통해 밝혀진 이번 상황에서도 한수원은 지역주민에게 방사능누출은 없었다며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한 뒤 “한국의 핵산업계 안전신화는 구멍 뚫린 한빛핵발전소와 같다”며 3·4호기의 즉각 폐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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