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이 끝내 ‘무혐의’로 막을 내렸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처분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23일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운용 사건과 관련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등 14명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앞서 2015년 시민단체가 이들을 통신비밀보호법 등 위반으로 고발했다.

2015년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RCS(Remote Control System)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RCS는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파일 내용을 훔쳐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마이크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어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다.

▲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을 민간인 사찰 용도로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 악성코드를 심어달라고 요청한 파일은 ‘서울대 공과대학 동창회 명부’ ‘천안함 1번 어뢰 부식 사진 의문사항 문의’ 등이다. 천안함 관련 파일은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학자들에게 문의하는 내용이다. 

진상 규명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국회 차원에서 로그파일 공개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RCS 담당자였던 국정원 임아무개 과장이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고발에 참여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는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민간인 사찰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해 이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 해도, RCS도 일종의 감청인데 감청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스럽고, 감청 설비 신고도 안 돼 있다. 이런 점에서 무혐의 처분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미디어오늘 기자 사칭 이메일 첨부문서. 사진=오마이뉴스
▲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미디어오늘 기자 사칭 이메일 첨부문서. 사진=오마이뉴스

오병일 활동가는 “이 사건은 국정원이 공개한 게 아니라 해킹당해 우연히 알려졌다. RCS를 실제로 어떻게 운용했고 이 외에 어떤 프로그램을 구입하거나 개발했는지 등이 전혀 감독기구인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국정원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6일 조셉 카나타치 UN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은 한국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감시사찰에 대한 감독 기능이 없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있지만 상시적인 감사 권한이 부족하다. 상설 기구를 만들어 정보위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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