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지난해 연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KT 부정채용을 첫 보도했을 때 의아했다. 아무려면 채용 공고도 없고, 공채시험과 면접 때도 김 의원 딸을 봤다는 동료도 없고,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도 없는 막무가내식 인사 청탁을 밀어붙였겠나 싶었다. 당시 김 의원은 딸의 KT 신입사원 체험 수련 기념사진을 들고 반박했다. 

최근 김성태 의원이 딸 지원서를 당시 KT사장에게 직접 전했다는 보도가 나오고서야 사건의 윤곽이 일부 드러나고 있다. 김 의원이 딸의 지원서를 전달하면서 “딸이 체육 스포츠학과를 나왔는데 KT 스포츠단에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청탁했다는 대목에선 꼼꼼함도 엿보인다. 이렇게 김 의원 딸은 2011년 4월부터 KT 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근무를 시작해 이듬해 하반기 KT 공채에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당시 KT 인사 실무자는 재판에 나와 “김 의원의 딸을 채용프로세스에 태우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원 마감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났고, 온라인 인성검사에서도 불합격 대상이었는데도 합격했다.

▲ 2018년12월20일 한겨레 1면 보도
▲ 2018년12월20일 한겨레 1면 보도

지금도 김 의원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뇌물수수로 판단했다며 검사 3명을 고소했다. 피의사실 공표로 정치 수사를 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 기소는 제가 원내대표 시절 합의한 드루킹 특검에 대한 정치보복이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학적 계략”이라고 자신에게 쏠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KT 사장에게 딸의 지원서를 건넨 사실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후원금을 횡령한 의혹으로 한기총 조사위원회 위원들로부터 고발 당했다. 한기총 조사위원장 이병순 목사 등은 “한기총 행사를 했는데 모금이 한기총이 아닌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 다른 통장으로 입금돼 이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한기총 조사위는 전 목사가 지난 2월 대표회장에 취임한 뒤 10여 차례 한기총 행사를 하면서 후원금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전 목사는 횡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기자를 ‘워치독(Watch Dog)’이라 부른다. ‘감시’의 대상은 ‘권력’이다. 결국 기자는 ‘권력감시’가 본업이다. 권력감시는 ‘돈(이권)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쫓는 게 원칙이다. 권력 주변엔 늘 부정한 돈이 있기 마련이다. 전 목사도 교회 권력을 이용해 불투명하게 돈을 사용하면서 내부로부터 문제제기에 직면했다. 한겨레의 김성태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보도 역시 돈과 사람을 쫓은 언론의 모범 답안이다. 권력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면 늘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진다. 최근 KT 전현직 임원들이 이사회에 전달한 ‘KT 바로세우기 제언’도 같은 맥락이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7월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7월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겨레가 제기한 KT 채용비리는 비단 김 의원 1명만이 아니다. 한겨레는 지난 3월 KT 채용 비리를 ‘강원랜드 뺨친 KT 복마전’이라고 제목 달아 보도했고 ‘김성태 외 유력인사 6명 더 있다’고도 보도했다. 

검찰이 김 의원 1명만 수사하고 말면 김 의원 말대로 ‘정치 검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최소한 언론이 밝힌 6명의 또 다른 유력인사라도 밝혀 처벌해야 한다.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서 2012년 하반기 공채로부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월 2차 압수수색에서 김 의원 포함 청탁자 7명의 이름을 발견했지만 반 년 동안 미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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