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문재인 대통령을 ‘주어진대로 대본을 읽는 대역배우 느낌’이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우습게 보고,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민주당) 정권이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이 엉망으로 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황당한 칼럼이라며 김대중 고문이 느끼고 싶은 것인지,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반대세력임을 선언한 글이라고도 했다.

김대중 고문은 30일자 조선일보 34면 ‘김대중칼럼’ ‘유능과 무능과 불능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그동안 발언을 “아주 애매모호하게 ‘평화’만 언급했지, 통일이니 한국의 북한 체제 압도 그리고 대한민국 보전(保全) 등에는 말한 것이 없다”며 “북한이 우리를 무력적으로 압박하면 나서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고문은 “누군가 그에게 주입해준 대로 대본을 읽고 수행해나가는 대역 배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고 썼다.

김 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그 요인을 두고 “반일·반미·평화라는 감성적 요인들을 타고 만들어내는 청와대 사람들의 계절적 작품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 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남조선 당국자’로 호칭하면서 ‘아무리 비위에 거슬려도’ 운운하며 모욕을 줘도 응답이 없다며 “국민이 보기에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특히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집권을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엉망으로 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노골적인 특정 정당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고문은 “문 정권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고 그것은 좌건 우건 대한민국의 불운이고 불행”이라고 했다.

▲문재인 댙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댙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와대는 주장의 일부 근거들이 사실과도 다르고 그 주장 역시 황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칼럼도 사실에 근거해서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 대통령이 평화만 언급하고 대한민국 보전 등을 말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무력으로 압박하는데도 나아가 싸우겠다고 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역배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는 주장에 “본인(김 고문)이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쓴 것 아니냐”며 “이렇게 아무렇게나 얘기해도 괜찮은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지지율 40%를 넘고 있다는 주장을 두고 이 고위관계자는 “40%를 넘었다는데, 50%를 넘은 부분은 왜 안쓰느냐”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면 그동안 지지율 떨어졌을 때는 왜 보도했느냐”고 반문했다. ‘이 지지율이 반일·반미 등을 타고 만든 청와대 관계자들의 계절적 작품’이라는 표현을 두고 이 고위관계자는 “가당키나 이야기인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에서 반일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일본 수출규제에 대해 국민이 규탄하고 반대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들을 비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국민이 보기에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는 주장에 이 고위관계자는 “그 말을 ‘국민이 보기에 조선일보가 문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바꿔서 얘기하는게 나을 것 같다”며 “국민이 본다는데 어느 국민이 본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집권이 유지되면 대한민국이 엉망으로 가고, 문정권은 불운과 불행이라는 주장에 이 고위관계자는 “본인이 문재인 민주당 정부를 반대하며 ‘나는 문재인 정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반대세력’이라는 단순한 얘기를 왜 복잡하게 쓰느냐”며 “대한민국 불운 불행이라 했는데, 이렇게 황당한 칼럼이 자유롭게 발행되는 대한민국이 불운이고 불행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대중 고문에게 이 같은 반론에 대한 견해를 구하고자 30일 오후 이메일로 질의했으나 아직 답을 얻지 못했고, 임원실은 질의사항을 전했으나 현재 자리에 없어 답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경영기획실에도 질의했으나 이날 오후 8시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조선일보 2019년 7월30일자 34면 촬영. 사진=조현호 기자
▲조선일보 2019년 7월30일자 34면 촬영.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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