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국회’ 첫날인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대응 수단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적절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각당 의원들로부터 정부 입장을 요구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금은 (지소미아) 유지 입장이지만 상황전개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일본의 계획적 도발이자 경제적 침략행위”로 규정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우리 정부가 당장에라도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이뤄질 경우 지소미아 파기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공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일본은 자신들이 마음껏 침공해도 한국은 속수무책이라고 오판하거나 심지어 우리 국민들에게도 정부가 일본이 원하는 걸 들어주면서 굴복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게 된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했다. 심재권 의원은 “일본과 관계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카드’로 쓴다거나 흥정 대상으로 여기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전략물자를 수출입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정도의 상대와 고도의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정부 협정을 가질 수는 없다는 원칙 때문에 당연히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 사회에 보이는 올바른 자세”라고 밝혔다. 송영길 의원은 “남북관계가 빨리 진전되면 지소미아는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 왜 남북 동족 문제를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일본에 의존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왼쪽)이 의원들 질의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왼쪽)이 의원들 질의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보수진영 의원들은 지소미아 파기를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소미아를 먼저 건드리면 우리가 가진 도덕적 우위를 깨는 거다. ‘일본이 지소미아까지 맺은 단계에도 과거사 문제로 경제적으로 접근해 보복한다’는 걸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며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통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폐기하면 일본은 이참에 한국 ‘패싱’하고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동맹관계를) 재편하자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제2의 에치슨라인’ 우려를 갖고 있다”며 “특히 한미일이 2014년부터 발효 중인 정보공유 약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외교부가 지소미아 파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현 의원은 “한미일 공동안보에 연결고리가 되는 부분을 외교부가 직접 거론하는 것은 한일관계 해결 가능성과 미국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그것은 덮어놓고 마지막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례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소미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상호간 여러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기조로 작동해왔다”며 “종합적으로 감안할때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한국당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는 “강제징용 피해 문제도 외교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통위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정부 입장에서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원고인 (피해자) 37명을 ‘국익적 차원’에서 설득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정부로서는 강제징용 문제를 원고 측이 납득할 방향으로 풀어보도록 협의·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양국 관계가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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