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합원의 생활은 이미 언제부터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이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 동료의 얘기를 듣고는 마음 한구석이 아예 얼어버렸습니다.

결식 사원이 있다는 소리였습니다”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노보 19일자 2면에 실린 <어느 조합원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 직원이 얼마전부터 ‘속이 쓰려서’, ‘아침을 늦게 먹어서’라는 이유를 대며 동료들과 같이 점심식사하러 가는 것을 싫어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남들보다 싼 음식을 먹거나 건너뛰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자신의 점심값이 줄어들어 다른 동료들과 같이 다닐 수 없었다는 것이다.

늘 얻어 먹을 수도 없고 한번은 사야 하는데 그게 곤란했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노보에 이같은 글을 쓴 익명의 조합원도 이 ‘결식직원’이 아예 한푼도 없어 밥을 굶는 결식 아동이나, 집도 절도 없는 서울시내 노숙자들과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엿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우리 동료가 겪는 아픔은 노숙자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는 것이 이 직원을 지켜보는 동료의 심정이다.

언론사가 아무리 임금이 삭감됐다고 하지만 아무리 이 정도야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을 주의깊게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 익명의 조합원은 이같은 책임이 일부 회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끝맺고 있다.

“회사가 어렵다는 건 압니다. 그래서 몇 년동안이나 옆의 동료가 퇴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군소리없이 일만 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무슨 죄로 결식직원이 생겨나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합니까…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의 현실적 어려움은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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