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KBS 지역국 문제 ‘터질 게 터졌다’
KBS 지역국 문제 ‘터질 게 터졌다’
지역국 기능 이전 KBS노조 지역 죽이기 주장에 급변한 미디어환경 지역방송활성화 모색해야

지난 25일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KBS노동조합 소속 간부 5명이 삭발했다. 지역국 통폐합 문제에 대한 항의성 시위다. KBS 비상경영계획에 따르면 ‘지역국 제작기능 확대’와 ‘광역거점 중심 육성’을 위해 7곳 지역국(을지국)의 TV와 편성, 송출센터, 총무 기능을 광역거점센터(총국)로 이전할 계획이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사측은 비상경영을 한다며 대안도, 비전도 없이 지역국 기능조정이라는 비수를 우리에게, 지역 시청자의 등에 꽂았다”고 말했다. KBS노동조합은 별도 성명에서 “뻔뻔하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근로자와 지역에 돌리고 있다. 지역국 광역거점센터를 육성한다면서 사실은 을지국 기능을 폐지하겠다는 것을 들이밀었다. 그래도 추진된다면 지역국은 사실상 출장소로 전락하고 청사만 덩그라니 남겨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 지역국협의회도 “지역국은 결코 경영의 장애물이 아니다”라며 “지역민이 주신 수신료는 공사 전체의 53.4%다. 지역국은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소한의 보도 부문 인력만 남게 되고 지역국이 송출하는 뉴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보편적인 방송 시청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KBS 경영진이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지역을 쥐어짜고 있다는 비난과도 연결된다. KBS노동조합이 내건 지역 말살 프레임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지역국 통폐합 문제를 마냥 지역 죽이기로 볼 수 없다는 반박도 크다. 을지국은 총국에서 커버하기 힘든 지역을 맡은 방송사다. 예를 들어 광주총국 산하에 목포국과 순천국이 있다. KBS 경영진이 제시한 안은 을지국 일부 기능을 총국으로 넘기는 안이다.

을지국은 국 당 평균 40명 정도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을지국의 일부 기능이 총국으로 넘어가면 을지국 당 약 10명 정도가 남아 라디오 프로그램과 뉴스 제작을 맡게 된다. 을지국에 라디오, 보도IP, 기술정비, 수신료 등 기능은 남게 된다. 을지국이 총국으로 완전히 흡수되는 통폐합은 아니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목포에서 9시 KBS뉴스를 시청하면 30분 동안 본사 뉴스를 보고 목포국 소속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목포국이 제작하는 로컬 뉴스를 시청했지만 기능 이전이 이뤄지면 광주총국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광주총국이 제작‧편집한 뉴스를 시청하게 된다. 현재 광주총국이든 목포국이든 자체 제작한 뉴스를 기능 이전 이후에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KBS노동조합의 주장처럼 지역 말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역방송활성화를 위한 개혁을 전제로 경영진의 비상경영계획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KBS본부 소속 강원영동지부, 강원영서지부, 경남지부, 광주전남지부, 대구경북지부, 대전충남지부, 부산울산지부, 전북지부, 제주지부, 충북지부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회사가 지역방송활성화라는 대명제의 실천을 위한 첫 단추로 총국중심의 역량 결집 카드를 꺼내들었다면 후속적인 총국중심의 조직개편,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부응할 플랫폼-예를 들면 디지털 워크 플로우(DWF:Digital Work Flow)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 센터-의 구축, 로컬 편성자율권의 확대 같은 ‘1+1=2’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함께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KBS 본관 전경.
▲ KBS 본관 전경.

이들은 “1990년 지상파 3사가 방송시장을 독과점 하던 시장의 룰은 이미 깨졌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에 이어 이제는 인터넷과 통신기반의 초연결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지역방송활성화 차원에서 경영진의 안을 수용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KBS본부 강성원 부본부장은 “2004년 청사까지 매각되는 수준으로 진행된 지역국 통폐합은 말살에 가까워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KBS에서 미래 생존 전략으로써 지역방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리소스의 정비가 필요한데 총국 중심으로 거점을 옮겨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동의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성원 부본부장은 “현재 다매체시대, 네트워크 연결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다른 미디어환경 속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KBS 관계자는 “미디어빅뱅 시대에 이 정도의 퍼포먼스로 지역 시청자에게 소임을 다했느냐고 자문해봤을 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생존 논리를 위해서도 시청자들을 위해서도 지역 KBS가 바뀌어야 한다.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지역 말살이라며 편을 가르고 정치 쟁점화해서 세 대결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KBS노동조합의 지역 말살 프레임 주장을 인적 구성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4월 KBS 본부장 신임 투표권자(명부 수 기준)에 따르면 KBS노동조합 소속 기술 인력은 541명이다. 서울에 123명, 지역에 319명이 있다. KBS노조 구성원의 핵심 인력이 지역의 기술 인력이라는 얘기다. 보도(기자) 인력으로 따지면 KBS노동조합 소속은 138명인데 본사는 61명 지역은 77명이다.

KBS노동조합은 지역 죽이기가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총국으로 기능 이전을 한다고 하지만 지역국의 편성 인력은 현재도 최소한이다. 지역 프로그램조차 제작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지역민과 밀착하려는 시도를 해야 하는데 기능 축소는 아예 지역국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KBS에 대한 충성도로 볼 때 지역이 높다. KBS는 국가기간방송이다. 도심 중심의 총국으로 기능이 이전되면 지역국의 상실감도 클 수 있다. 지역민들의 KBS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날 수 있다. 왜 우리가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면서 “지역국 기능을 조정했는데 미디어환경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때 가서 총국도 폐지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07-30 18:48:33
"KBS는 국가기간방송이다." <<< 말 잘했네. KBS는 국가기간방송이며, 공영방송이다. 지역의 민심, 안전, 국민의 공익을 위해, KBS를 오직 수익의 관점으로만 봐야 하는가. 일반 기업도 안전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 안전시스템 설치가 느리다. 근데, KBS가 일반기업인가? KBS를 단지 수익의 논리로 평가한다면, 국가기간방송과 공영방송이라는 프레임이 왜 필요한가. KBS 임직원들은 수익만 생각하는 모양인데, 수익은 민영화와 안전인원 축소, 기업 홍보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공영방송, 국가기간, 국민의 안전을 위하는 방송인가. 수익이 조금만 악화하면 경영진 탓. 지금 KBS가 해야 할 일은,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내년 선거를 무기로 국회와 정부에 안전예산을 더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