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현재 IPTV의 케이블방송 인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이주민과 중국동포들이 차별받는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 있다. 구의회와 구청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재개발의 문제를 토로하지만 주민들이 사는 이야기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tbs교통방송의 ‘우리동네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름만 들으면 기존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우리동네라디오’는 tbs교통방송 라디오를 통해 월요일부터 금요일 저녁 8시43분에서 58분까지 주 5회 송출된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진행하고 마을의 소식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25일 처음 시작해 7월30일 현재까지 112회가 제작됐다. 

▲tbs ‘우리동네라디오’ 홈페이지
▲tbs ‘우리동네라디오’ 홈페이지

 

‘우리동네라디오’는 tbs가 서울시의 사업소에서 독립적인 재단법인화를 꾀하며 한국 최초의 지역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 지역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서울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할 때 tbs 자체의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러한 tbs의 상황과 맞물려 서울마을미디어는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고 마을미디어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대도 필요했다. tbs와 마을미디어,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우리동네라디오’는 가능했다.

‘우리동네라디오’의 시민PD 역할을 맡으면서 관철하고 싶었던 것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마을미디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이야기를 하자였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퍼블릭 액세스 모델과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을미디어들이 우리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는 것이 마을미디어의 갈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새로운 모델에 대한 고민은 기존의 방송국과 시민의 수동적 관계가 아닌 더 적극적인 연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동네라디오’를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tbs의 마을미디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지역의 소식을 전달한다는 것과 지역에 더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으며, tbs는 마을미디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상황에서 어느덧 이해의 폭과 넓어지고 그에 따라 지역성과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해도 풍부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우리동네라디오’에 관심을 가지는 활동가들이 늘어나면서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의 마을미디어들의 참여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 참고 : tbs ‘우리동네라디오’ 다시듣기 ]

긍정적 성과들이 있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하나는 tbs의 더 많은 변화이다. 퍼블릭 액세스가 방송국은 채널을 제공하고 시민은 그저 방송을 제공할 뿐인 관계가 된 것은 방송국 구성원들이 방송은 프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오랜 믿음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마추어인 시민들과 결코 쉽지 않은, 아니 어렵기 짝이 없는 협업을 해나가겠다는 내부적인 동의가 있지 않고서는 더 좋은, 더 많은 시민참여프로그램은 불가능하다. 

▲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PD·tbs 시민PD
▲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PD·tbs 시민PD

마을미디어의 숙제도 있다. ‘우리동네라디오’를 만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제작물의 질은 결국 그 마을미디어가 얼마나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잘 만들었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를 꾸준하게 만들어가는 작업들이 함께 되지 않는다면 ‘우리동네라디오’는 마을미디어의 입맛에 맞는 마을주민들의 소식을 전달하는 장에 머무를 수도 있다.

시민참여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시민들만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목표를 함께 정하고 시민들은 그들의 네트워크와 조직으로, 방송국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자원으로 꾸준한 협업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동네라디오’와 앞으로 만들어질 시민참여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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