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의미한 법안이 국회에서 등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29일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자율적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일명 PPA)이 담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성환 의원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주요 글로벌 기업이 189곳이다. RE100 기업들은 협력 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해 부품을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BMW는 LG화학과 삼성SDI에게 재생에너지 전기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RE100을 위해 국내에서는 현행 전기사업법상 자체 설비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현행 전기사업법 내 규정된 ‘전기신사업’ 종류에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을 추가했다. 개정 내용을 반영하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자율계약을 통해 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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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후위기가 엄습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국제 사회의 노력에 비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우려하며 “국내 전력의 56%가량을 소비하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1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약 2700만 톤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520만 대를 운행하지 않아야 감축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의원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기업의 생존과 혁신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RE100과 같은 명백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우리 기업을 구경만 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산업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PPA를 체결하는 기업과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6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그린피스·에너지전환포럼 등은 이번 개정안을 공개지지했다. 이들은 29일 입장을 내고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 경영은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내 기업들이 탄소 제로 경제 시대에 걸맞은 경영전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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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전체 3.5%에 불과하다. 기업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업 전력 소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족하려면 신규 발전 설비부터 서둘러 늘려야 한다.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거래를 하면, 기업 구매량만큼 태양광 또는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경우, 일반 시민들에게도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끔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독일에선 시민들이 태양열·풍력·원자력 등 자신이 원하는 전기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가격은 오르지만 개인이 스스로 기후위기나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시민의식에 따라 원전과 화력발전이 줄어드는 선순환이 가능한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전기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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