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디어그룹 지배주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경영 개입 논란을 놓고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앞서 SBS 미디어그룹 지배 주주인 윤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 등을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박 사장은 26일 긴급 담화로 “노조 관심은 방송 독립보다는 경영권·인사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장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면 민영방송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사장은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언론에 “내년 지상파 방송 재허가 국면까지 염두에 두고 끈질긴 싸움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에 “우리 조직 안에 내년 재허가가 좌절되기를 바라는, 그래서 회사 문이 닫히기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비판했다. ‘대주주 교체’ 논리에 “대주주 교체가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회사는 경쟁력을 잃고 좌초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공통 견해”라고 반박했다.

▲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2017년 10월13일 사장 임명동의제 등에 합의하는 모습. 사진=SBS 제공
▲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2017년 10월13일 사장 임명동의제 등에 합의하는 모습. 사진=SBS 제공

반면 윤창현 본부장은 29일 입장문에서 “모든 지상파 방송사 노조는 지상파 방송 재허가 국면을 고려해 투쟁을 전개한다. 태영건설처럼 방송사 재원을 마구 빼돌리는 관행을 바로잡고 구성원 생존권과 시청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허가 과정에서 어떤 조건을 부여하느냐가 핵심적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윤 본부장은 “윤 회장이 SBS를 매각할 생각이 없다면 그동안 과오를 반성하고 독립 경영 체제 보장과 SBS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노조와 대화에 나서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태영건설이 SBS를 매각할 가능성 △SBS 지주회사 전환 이후 태영의 SBS 재투자 전무 △지역 민방에서 대주주 교체 사례 등을 언급하며 “대주주 교체는 입에 담지 못할 금기도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요구에 앞서 대주주 스스로 매각 고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양쪽 입장은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서 크게 엇갈렸다. 박 사장은 대주주로부터의 방송 독립 원칙이 SBS 사장 임명동의제 등 독립성 보장 장치로 충분히 지켜지고, 대주주는 법에 따라 이사 임면권을 갖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반면 윤 본부장은 “경영이 대주주로부터 제대로 독립되지 않으면 방송 독립과 자율성이 결코 지켜질 수 없다”며 과거 SBS에서 저널리스트들이 ‘SBS 로비스트’로 전락한 사례를 꼽았다. 윤 본부장은 “임명동의제도까지 만들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보직 인사와 경영 현안에 대주주가 멋대로 개입하는 게 소유 경영 분리 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SBS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SBS

흥미롭게도 양쪽 모두 서로의 연임을 쟁점화했다. 박 사장은 “윤 위원장이 검찰 고발과 재허가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세 번째 연임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회사가 노조와 갈등을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노조 대표자를 실명 거론하며 황당무계한 공포마케팅으로 구성원을 겁주고 나선 까닭은 박 사장 마음이 벌써 연임할 생각에 닿아 있기 때문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노조를 공격하는 모습에서 회사 미래는 어떻게 되든 또 한번 연임하고 싶다는 욕심만이 강하게 읽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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