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취임 당시 ‘사내 암적 요소인 노조는 반드시 제거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던 박노황(62) 전 연합뉴스 사장이 노조 혐오발언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에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박 전 사장과 연합뉴스를 근로기준법과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홍제성 지부장)가 2017년 10월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시작된 수사가 1년 9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박 전 사장의 반복된 노조 혐오 발언이 노조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비판 표명을 넘어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시사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란 취지다.

박 전 사장은 취임 직후인 2015년 5월 회사 임원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언노련(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결된 노조는 회사에 암적인 요소이고, 암적인 요소는 반드시 제거한다”고 말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산다. 검찰은 또 박 전 사장이 같은 달 열린 편집회의에서 ‘일부 간부들이 개인 이익을 위해 노조를 이용한 것은 정상적인 노조가 아니며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사장은 2017년 4월 노조 집행부와 상견례에서 “노조 활동을 하면서 전임하는 게 노조 사유화다. 임기 마지막까지 자를 사람은 자르고 규율에 어긋나는 사람은 강하게 하겠다”며 노조를 위협하는 발언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노조 간부들에게 표적으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도 받는다. 2012년 ‘연합뉴스 103일 공정보도 쟁취 파업’을 이끌었던 공병설 전 지부장과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 간사를 지낸 이주영 전 지부장은 박 전 사장 취임 직후 갑자기 지방으로 전보 발령됐다. 검찰은 이를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라 보고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2017년 11월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박노황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24시간 릴레이로 사내 로비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한 조합원이 야간에 농성장을 지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2017년 11월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박노황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24시간 릴레이로 사내 로비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한 조합원이 야간에 농성장을 지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이주영 전 연합뉴스지부장이 2017년 6월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연합뉴스 사옥 1층에서 박노황 사장 퇴진 피켓시위를 진행한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이주영 전 연합뉴스지부장이 2017년 6월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연합뉴스 사옥 1층에서 박노황 사장 퇴진 피켓시위를 진행한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강행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사장이 2015년 8월 노조 동의 없이 간부사원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한 것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근로기준법 94조는 노동자에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시 노동자 과반이 가입한 노조 동의를 받도록 정한다.

육아휴직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노조가 주장한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 수사에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났다.

연합뉴스지부는 29일 “박 전 사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떤 경영진이 오든, 연합뉴스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례를 남김으로써 연합뉴스를 제대로 된 언론사로 만들어 국민 품으로 돌려놓기 위함”이라며 “박 전 사장은 법의 심판대에 서기 전 한때나마 연합뉴스를 이끌었던 수장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구성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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