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가 미등록 언론사에 6년 넘게 광고비를 집행해 지역사회 논란이 된 사건은 언론사 등록제의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냈다. 관련 지자체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모두 논란 후에야 미등록 사실을 파악했고 기관 간 전달 체계도 부실했다.

김포시의 인터넷신문 A매체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최근까지 김포시로부터 총 1억300여만원 상당의 광고를 받았다. 연간 1700만원 상당으로 온라인 배너광고나 취재지원비 등 명목이 대부분이다.

A매체는 미등록 언론사였다. 2004년 12월22일 경기도청에 주간신문으로 최초 등록해 운영됐으나 2013년 6월25일 폐간 처분됐다. 2012년부터 신문을 발행하지 않은 사실을 경기도가 알게 돼 직권으로 등록 말소했다. 광역 시·도 지자체는 1년 넘게 신문이 발행되지 않을 경우 신문법에 따라 폐업으로 간주해 등록사항을 말소할 수 있다. 즉 A매체는 2013년 6월25일부터 언론사등록증 없이 인터넷신문을 발행했고 공공기관 광고도 받아온 것.

2019년 6월21일에 보도된 A매체 인터넷신문 기사
2019년 6월21일에 보도된 A매체 인터넷신문 기사
▲ 25일자 서울신문 16면.
▲ 25일자 서울신문 16면.

지역 내 논란은 연합뉴스와 서울신문이 지난 25일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확산됐다.(7월25일 “폐간 지역신문에 6년간 혈세 1억 광고한 김포시”)

김포시와 한국언론재단은 A매체 미등록 사실을 연합뉴스 보도 후에 알았다. 김포시청·언론재단은 당시 등록말소 사실이 경기도보에만 게시돼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A매체의 등록 여부는 홈페이지 하단만 봐도 알 수 있으나 두 기관 모두 간과했다. 발행인도 경기도청이 송달한 공문을 받지 못해 6년 간 말소 사실을 모른 채 언론사를 운영했다.

김포시·언론재단은 A매체가 언론사로 정상 운영됐기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광고비는 온라인 배너 광고 등 ‘인터넷신문’ 용도로만 집행됐고 A매체도 최근까지 김포시를 정상적으로 취재·보도해왔다는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 광고를 대행하는 언론재단은 캡쳐사진 등의 광고 게재 증거를 확인한 뒤 광고비를 집행하는데 A매체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중 A매체가 김포시 관련 광고를 게재한 내역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증빙자료로 갈무리한 사진.
▲2019년 7월 중 A매체가 김포시 관련 광고를 게재한 내역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증빙자료로 갈무리한 사진.

이 과정에서 언론사의 신문법 위반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언론사 등록제를 채택한다. 보도물을 발행하는 모든 언론은 신문법에 따라 발행인·편집인 증명서, 법인 정관, 임대차계약서 사본 등을 관할 광역 지자체에 증빙해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며 인터넷신문 경우 과태료는 1500만원이다.

등록제를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윤리 책임 강화다. 독자 권리보호를 위해 광고 기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거나 개인정보관리 책임자나 청소년보호책임자를 둬야 하는 의무가 있다. 특히 인터넷신문 경우 난립 방지를 위해 “독자적으로 생산한 기사가 게재 건수의 30%를 넘어야 하고 매주 새 기사를 게재해야 한다”고 정한다. 실제 A매체엔 청소년보호책임자가 지정돼있지 않았다. 홈페이지가 폐쇄돼 자체 생산 기사 수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한 지자체 공보관은 “등록매체도 보도자료만 받아쓰고 광고비를 받아가지만 등록 여부조차 감시되지 않는 건 그만큼 지역지 평가·관리에 소홀하다는 방증”이라 지적했다. 실제 ‘친박단체’ 집회가 활발히 열렸던 2017년엔 미등록 언론사의 폐해가 심각히 드러나기도 했다.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조작됐고 보도엔 배후가 있다’는 기사가 실린 인쇄물 ‘노컷일베’는 집회장에 무차별 유포됐는데 미등록 매체였다. ‘프리덤뉴스’ 신문은 애국일보 등록번호를 빌려 발행됐고, 이 사실이 알려지며 등록제 관리 강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2월16일 JTBC "정식 등록도 없이 발행…신문법 위반하는 '가짜 뉴스'" 리포트 갈무리
▲2017년 2월16일 JTBC "정식 등록도 없이 발행…신문법 위반하는 '가짜 뉴스'" 리포트 갈무리
▲A매체가 홈페이지 유지·관리 등 인터넷신문 서비스를 계약한 업체의 안내문.
▲A매체가 홈페이지 유지·관리 등 인터넷신문 서비스를 계약한 업체의 안내문.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정부 광고비를 받는 미등록 매체가 적지 않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지역 유지가 발행인이라거나 지자체와 친소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광고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유명무실한 언론사에 1년에 1~2건씩 1000만원 상당 광고비를 준다”며 “누구나 제약없이 언론사를 만들 수 있는데 등록도 필요없다면 지역엔 사각지대가 더 넓을 것”이라 추정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경기도 정기간행물은 인터넷신문이 645종이고 신문은 58종이다. 서울을 제외한 전체 지역 경우 인터넷신문은 1526종, 신문은 236종이다. 미등록 매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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