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와이드 편성에 내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기획한 뉴스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85분 편성이 ‘단순 사건사고’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MBC는 지난 3월18일 뉴스데스크 시작 시간을 오후 8시에서 30분 앞당겼다. ‘85분 편성’ 개편이었다. 지상파 3사와 JTBC 가운데 가장 빠른 메인뉴스다. 8시 시간대 경쟁을 피하며 주요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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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분 편성으로 개편한 MBC '뉴스데스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25일 노보에 “최근 늘어난 사건사고 뉴스는 당사자 신원도 알 필요 없는 ‘단발성’ 사건사고가 대부분”이라며 “대다수가 CCTV나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에 등장하는 사건들”이라고 지적했다.

와이드뉴스 출범 직전인 지난 3월 첫 두 주, 단발성 사건사고 리포트는 열흘간 5개에 불과했다. 반면 7월 첫 두 주의 경우 단발성 사건사고 리포트가 무려 32건에 달했다.

7월10일만 봐도 ‘택시기사 매달고 음주운전’, ‘도심 불법 레이싱’, ‘킥보드 타고 절도범 검거’, ‘가장 아내·딸 살해‘ 등 사건사고 4건이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전달됐다.

▲ 지난 6월6일자 MBC 뉴스데스크 “난간 붙잡고 ‘알몸 소동’… 집에선 주사기 나와” 리포트. 사진=MBC 화면.
▲ 지난 6월6일자 MBC 뉴스데스크 “난간 붙잡고 ‘알몸 소동’… 집에선 주사기 나와” 리포트. 사진=MBC 화면.

민실위는 “사건사고 보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선정적 사건사고 뉴스는 우리가 표방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주 52시간 시대’ 뉴스 가치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나아가 “정신 질환자가 알몸 상태에서 흉기를 들고 초등학교 주변을 배회하고, 마약에 취한 남성이 아파트에서 알몸인 채로 베란다에 매달려 소란을 키우고, 남의 집 앞 화단에서 음란 행위를 하는 장면을 모자이크를 해서 보여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반해 민실위는 △문화예술계 구조 비리를 고발한 ‘장미와 빵’ 기획 △수술실 CCTV 법안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기획 보도 △뉴스코너 ‘소수의견’ ‘당신뉴스’ 등을 통한 사회적 약자 조명 등은 높게 평가했다.

민실위는 “MBC뉴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과거 관성에서 비롯한 낙관주의를 떨치고 보도 책임자부터 위기 신호 실체를 받아들여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형일 MBC 보도본부장은 26일 MBC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뉴스데스크 와이드화를 통해 시청률 상승 등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밝힌 뒤 “사립 유치원 비리, 버닝썬 보도, 노동자 김용균 사망 보도 등으로 각종 기자상을 수상했고,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됐다. 네이버 ‘MBC뉴스’ 구독도 170만이 넘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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