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취임 일성은 ‘공정한 경쟁질서 수호’였다. 윤 총장은 25일 취임사에서 “형사 법 집행에서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밝혔다. 시장 교란 반칙 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공정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적폐 수사’뿐 아니라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기업의 불법 행위에도 칼을 들이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윤 총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에게 “흔들림 없이 수사하라”고 특별 지시하는 등 기업 범죄 수사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윤 총장이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 적 있어 향후 검찰이 기업담합 등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총장은 평검사 시절인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해 정몽구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SK케미칼 등 대기업 수사에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언론계는 윤 총장 취임과 함께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과 SBS 관련 사건을 주목한다. 전국언론노조와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등은 지난 5월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한 사익을 취했다며 SBS 미디어그룹 지배 주주인 윤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윤 회장이 자기가 최대 주주로 있던 ‘태영매니지먼트’와 SK 3세들이 70% 지분을 가진 용역회사 ‘후니드’를 합병한 후 후니드에 유리한 조건으로 용역 계약을 체결해 일감을 몰아주고 사익을 챙겼다는 혐의다. SK그룹 일감으로 성장한 후니드는 SBS와 SBS 계열사 등에 시설, 경비, 미화, 운전, 방송제작 인력을 제공한다. 2018년 후니드 최대 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한 윤 회장의 ‘위장 지분 분산’ 의혹도 제기됐다.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왼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사진=미디어오늘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왼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사진=미디어오늘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4월에도 윤 회장 등이 SBS콘텐츠허브(SBS의 콘텐츠 유통회사)가 태영건설 부회장 부인이 소유한 회사에 200억원 규모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며 윤 회장 등을 포함해 태영 및 SBS 관련사 전·현직 경영진들을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9일과 17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을 고발인 조사했다. 11시간이 넘는 조사였다. 고발 내용 사실 확인과 증거 검토가 꼼꼼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5일 윤 총장 취임 이후 추가 고발인 조사가 예정돼 있다”며 “이후 검찰의 자체적 증거 보강 작업과 피고발인인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사장 등에 대한 공개소환 등 고강도 수사가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보통 피고발인 주소지인 관할 지청에 사건을 이관하지만 이번 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직접 맡았다. 공정거래조사부는 기업 범죄 관련 특수 수사로 정평이 나 있다.

언론 시민단체들도 이번 사건을 언론 자유와 무관한 ‘기업 범죄’로 규정했다. 검찰이 향후 언론사 압수수색 조치를 취한다 해도 감내한다는 것이다. 방송사 대주주 불법 행위와 전횡을 끊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동안 SBS는 특정 업체에 특혜준 사실이 없다며 노조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불편함은 감추지 않는다. 박정훈 SBS 사장이 26일 산별교섭을 위한 지상파 4사 노사 상견례 자리에 불참했다. SBS 측은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마주앉는 상황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등 노측 대표들은 “지극히 사감을 앞세워 산별노사 관계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는 지상파 방송 사장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박 사장 상견레 불참에 별도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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