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공공기관 부채증가를 근거 삼아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부채 대비 수익이 악화한다고 비판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24일 ‘정규직화 갈등엔 침묵한 고용부 보도자료’란 제목으로 기자 칼럼을 지면 보도했다. 칼럼은 고용노동부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시작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을 90% 지켰다고 했다”며 “고용부는 정규직 전환으로 처우가 개선됐다고 했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있을 리 없다”고 했다.

해당 칼럼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탓에 공공기관 부채가 증가세라고 했다. “공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기획재정부는 재무관리 대상 39개 공공기관 부채가 2017년 472조원 정도에서 2022년 539조원으로 66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수익이 떨어지고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인건비다. 그리고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대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7월24일자 칼럼.
▲조선일보 7월24일자 칼럼.

 

실상 이들 39개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은 높아지고 있다. 부채보다 자본이 더 크게 늘어, 부채비율이 낮아져서다. 해당 칼럼이 근거 삼은 기획재정부 자료 ‘2018~2022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이들 기관의 자본 규모는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22.7% 늘어날 전망이다. 부채증가율은 14.1%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향후 2018년부터 5년간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은 감소세를 유지”한다고 내다봤다.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도 정규직 전환이나 인건비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난다. 기재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자산과 부채 증가요인으로 “투자 확대”를 꼽았다. 특히 공공기관 4개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발전사‧에너지공기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업장들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씨도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재무경영과 관계자는 “기관의 ‘부채 대비 수익’을 파악하려면 부채규모가 아닌 비율을 봐야 한다. 더구나 인건비는 부채보다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데, 수십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정규직 전환 비용은 이와 상관성이 극도로 낮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해당 칼럼은 또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노사합의를 깨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칼럼은 후반부에서 “이날 보도자료에는 지난 2년간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벌어진 사회적 갈등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인천공항 천막농성을 들었다. 칼럼은 “민노총이 ‘전원 조건 없이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정규직 전환) 합의가 깨졌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두 천막은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흉물이 됐다”고 썼다.

인천공항 노사와 전문가 협의회는 2017년 당초 현장직을 사실상 전체 전환채용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처우개선을 두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민주노총이 항의하며 지난해 논의가 중단됐다. 그 사이 한국노총 정규직 노조가 주도해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자 경쟁채용안’을 수용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반발해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본래 합의가 뒤집힌 데 저항하는 농성인데, 칼럼은 선후관계를 바꿔 마치 민주노총이 강짜를 부리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25일 이같은 내용의 언론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했다.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보수언론은 보통 노동계 주장을 비꼬거나 다른 관점으로 비난하는 방식으로 보도한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데이터와 사실관계 자체가 틀렸고, 이를 활용해 노조를 겨냥했다”며 발표 계기를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에 해당 보도를 놓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칼럼을 작성한 기자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