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야권 추천 이사들이 MBC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등에 공정성 시비를 걸었다.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이뤄진 2019년 하반기 MBC 업무보고에서 야권 이사들은 MBC ‘PD수첩’, ‘스트레이트’ 등 대표 시사 프로그램을 도마 위에 올렸다.

김도인 이사는 이날 정형일 MBC 보도본부장에게 “스트레이트를 보면 심층 취재는 하는 것 같지만 아이템을 보면 과거 정권·권력 비판에만 급급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MC(주진우·김의성)들 발언은 톤 다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화 이사도 “스트레이트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다룬 아이템이 있는지, 내 기억엔 없다”며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 역할은 권력 감시와 견제, 올바른 정보 전달이다. 아이템 선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칫 프로그램 개입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발언들이었다.

이에 정형일 본부장은 올 상반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공정성 논란이나 편파 시비가 없었고, 야당 쪽에서도 공식 문제 삼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사진=MBC.
▲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사진=MBC.

두 이사는 과거 정부 시절 MBC 본부장 등을 지내며 정권 편향 제작·보도 논란을 부른 인물들이다. 언론노조는 두 사람을 ‘언론 장악 부역자’로 꼽았다. MBC 신뢰도 추락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야권 추천으로 MBC 관리·감독 권한의 방문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이사의 경우 이날 PD수첩에 대해서도 “PD수첩은 성역없는 비판을 표방하지만 비판 지향점은 과거 권력에 있는 것 같다”며 “태양광 사업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이슈를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허위 보도 논란과 청와대 외압설에 휩싸인 KBS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이근행 MBC 시사교양본부장은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경계를 두지 않고 취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여권 추천 이사들은 MBC 사측을 엄호하고 나섰다. 유기철 이사는 “과거 MBC는 정권 눈치를 보며 극심한 편파 보도를 일삼아 ‘쓰레기 방송’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제가 아는 한 MBC와 현 정권 교감은 없다”고 말했다.

신인수 이사는 “방송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MBC 구성원들이 파업으로 몸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신뢰도 회복을 위한 MBC 기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더 이상 MBC에서 ‘동물뉴스’로 상징되는 ‘진실 회피 뉴스’를 보지 않아 행복하다.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곳, 자기 스피커를 확보할 수 없는 이들을 찾아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받고 있는 최기화 이사(왼쪽)과 김도인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받고 있는 최기화 이사(왼쪽)과 김도인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이날 MBC 경영진들은 김태호 MBC PD가 크리에이터 디렉터로 참여한 새 예능 ‘놀면 뭐 하니?’, ‘같이 펀딩’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김영희 MBC 콘텐츠 총괄 부사장은 “김태호 PD 프로그램이 성공하기만 하면 하반기 최소 100억원 정도의 예상 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석 MBC 예능본부장은 “예능 효자 4인방(전지적 참견 시점, 나혼자산다, 구해줘 홈즈, 라디오스타)이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고, 김태호 PD 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로서 예능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예능 부문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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