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카나타치 UN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이 “2017년 이래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조셉 특별보고관은 한국에 방문해 프라이버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했다.

조셉 특별보고관은 “경찰청, 국정원, 기무사령부가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까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유가족에 대해 이뤄지는 사찰 건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경찰청, 국정원 등의 진상조사위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권범철 만평작가.

 

조셉 특별보고관은 “인상적이었던 건 국정원이나 경찰청, 그리고 국방부 등이 과거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들 기관이 과거 진상을 조사하고 나름의 견제 장치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2017년 3월 이후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감시기구 부재’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셉 특별보고관은 “감시사찰에 대한 감독 기능이 없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있지만 상시적인 감사 권한이 부족하다. 상설 기구를 만들어 정보위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 새로운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셉 특별보고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 위원회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개인정보 문제 감시 기구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으로 권고 기능 외에 제대로 된 권한이 없다. 

▲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또한 조셉 특별보고관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열람 실태를 언급하며 “정보기관의 연간 열람 건수를 보면 다른 민주주의 국가보다 높다. 정보기관이 정말 필요한 자료를 열람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자료는 이름, ID,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 핸드폰 번호 등의 이용자 정보를 말한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요구할 수 있다.

조셉 특별보고관은 또한 군 성소수자 차별 조항인 ‘항문 성교나 그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92조6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조셉 특별보고관은 “많은 국가에 방문했지만 한국 시민단체만큼 조율을 잘 해서 준비하지 않았다. 시민사회가 한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UN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국 정부 감청 폭로 사건을 계기로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직을 만들었다. 그는 방한 기간 동안 각 부처, 시민단체를 만나 프라이버시 실태를 조사했다. UN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방문한 건 처음이다. 최종 보고서는 2020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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