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당일 시민 항의에 황교안 바짓단 흙투성이 됐다는 TV조선
5‧18 기념식 당일 시민 항의에 황교안 바짓단 흙투성이 됐다는 TV조선
[민언련 방송 모니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 39주기인 올해, 아직도 5‧18을 분열과 대립의 씨앗으로 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갈등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명백한 역사적 사실, 민주화를 염원하는 일반 시민들을 신군부가 무자비하게 진압‧학살했다는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쟁의 도구로만 쓰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진상규명은 결코 정파로 나뉘어 다툴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올해 5월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추모식 참석 여부가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도 없이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5‧18에 대한 추모보다, 그 날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보다 황교안 대표가 언론의 우선순위에 있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5‧18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움직임도 없진 않았습니다. 39주기가 있던 5월, 그리고 6월. 5‧18을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짚어봤습니다.

진상규명에 전혀 관심 없는 TV조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대상으로 5‧18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총 보도량은 176건으로 지난 3~4월과 큰 차이 없었습니다. 방송사 중에선 JTBC가 51.5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주제 중에선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 여부나 기념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무엇을 했는지 다룬 보도가 4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보도된 주제는 진상규명이었습니다. 총 37건의 보도 중 JTBC가 19건을 보도해 가장 많았고 다음은 KBS가 9건을 보도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5‧18 관련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주제별 보도량(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5‧18 관련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주제별 보도량(5/1~6/30)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TV조선의 경우, 이 기간 보도의 절반 가까이를 황교안 대표의 행보를 설명하는데 할애했습니다. TV조선의 5‧18 관련 보도 11건 중 5건이 ‘황교안 대표가 기념식을 간다’와 ‘기념식에서 김정숙 여사에 악수 패싱을 당했다’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망언 의원들에 대해 징계를 하느냐 마느냐와 관련해서는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덩달아 진상을 밝히는 보도나 새로 나온 진술을 소개하는 보도 또한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기간, 소개할 만한 증언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지만원 씨나 극우 단체의 5‧18 왜곡이 기승을 부리는 때에도 소중한 증언들이 수차례 나왔습니다. 1980년 5월 21일 전두환 씨가 광주에 직접 내려와 사살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는 증언부터, 같은 날 전두환 씨가 용산 헬기장에서 공군 헬기를 타는 걸 봤다는 증언, 광주시민을 폭도로 만들고 강경 진압의 명분을 쌓기 위해 신군부가 의도적으로 ‘편의대’를 투입했다는 증언, 5월 22일 광주로 출격한 헬기가 탄약 5백 발을 발사하고 돌아왔다는 증언 등이 모두 지난 5월에 나왔습니다.

5‧18의 실체를 묻는 내용은 TV조선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이 5‧18 관련 보도를 냈다면, 그것은 대부분 정쟁으로 소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TV조선, 황교안 대표 비판 받는 원인은 말 안 하고…

TV조선 <“황교안에 등 돌려라”↔“광주시민 모독”>(5/13 김정우 기자)은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을 비판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을 비난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누가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가? 청와대와 야당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발언이 또 기름을 부었습니다”라며 리포트를 시작했습니다. ‘누가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가’라는 첫마디의 의미는 바로 직전 리포트 내용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를 하지말자’고 말했는데, 자유한국당이 펄쩍뛰며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망언 의원들을 솜방망이 징계하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쓴 때였습니다. TV조선의 바로 직전 리포트들은 이런 상황을 정치적 공방으로 소개하면서 정작 자유한국당의 막말 행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입니다.

신동욱 앵커는 “닷새 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광주를 방문할 텐데 이건 얻어맞으러 오는 것이다, 즉 얻어맞고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온다면 눈을 마주치지도 말고 돌아서라는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제시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우 기자는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과 자유한국당의 반박을 소개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광주 시민들을 모독하는 말씀입니다. 광주 시민들 소중한 분들이고 또 다 잘 판단하셔서”라고 말한 것과 자유한국당이 “진영논리 뒤에 숨어 진실을 왜곡하지 마라”고 유시민 이사장을 비난한 것을 전했습니다.

▲TV조선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한다며 소개한 유시민 이사장 발언(5/13)
▲TV조선이 분열과 대립을 조장한다며 소개한 유시민 이사장 발언(5/13)

 

TV조선의 말처럼 이게 ‘구체적인 행동지침’이고 ‘논란’일까요? 5‧18 망언 의원을 징계하지도 않고, 5‧18을 왜곡하는 극우 세력과도 손 놓지 않으면서 광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겠다는 공당의 대표에게, 평화적으로 항의하라고 한 게 논란거리일까요?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분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논란거리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자유한국당의 홍보 방송사가 아니니 이런 식의 보도는 부적절합니다. 게다가 TV조선은 황교안 대표의 비논리적 답변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TV조선은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망언 징계에 대해 한 건의 보도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는 TV조선이 하고 싶은 말을 황교안 대표의 입을 빌려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TV조선이야 말로 광주 시민을 모독하고 진영 논리 뒤에 숨어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겁니다.

이틀 뒤 <‘광주행’에 집중 공세>(5/15 김정우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과 민중당, 정의당 등에서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에 대해 비판했는데 TV조선은 이를 ‘황교안 대표에 대한 전방위 공세’라고 지칭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3일 황교안 대표가 민생투어랍시고 광주를 방문했다 생수병을 맞을 뻔한 것을 소개하면서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를 전달하면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격렬히 항의하거나 황교안 대표 앞을 막아서는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마치 황교안 대표가 공격받고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짠 것입니다. TV조선은 마지막에 자유한국당이 “철지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세력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단 말도 덧붙였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은 전혀 없는 발언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비판 받는 원인에 대한 언급은 해당 리포트에 전혀 없었습니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TV조선은 ‘봉변’이라고 봤다(5/18)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TV조선은 ‘봉변’이라고 봤다(5/18)

 

39주기 당일, 시민단체 항의에 ‘황교안 대표 바짓단 흙투성이’ 됐다?

5‧18 기념식이 있었던 당일, TV조선에서는 시민들의 항의를 황교안 대표가 당한 ‘봉변’으로 묘사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의자‧물병 봉변…‘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5/18 최원국 기자)에선 “5‧18 추모단체 등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뚫고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날 황교안 대표가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의자나 물병이 날아들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몸으로 실랑이를 벌이거나 의자가 날아드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황교안 대표가 얼마나 어렵게 행사장으로 들어갔는지 설명했습니다. 최원국 기자는 “시민단체들과 경호 인력이 충돌하면서 이곳에서 행사장까지 100여 미터를 가는데 30여 분이 걸렸습니다”라고 한 뒤 “행사장에 입장한 황 대표의 바짓단은 흙투성이가 됐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이 황교안 대표에 항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군의 소행이라니 가짜 유공자라니 망언을 일삼은 자유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해선 현재 제대로 된 징계 없이 끝나는 게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던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직으로 그대로 돌아왔고, 제적 처분을 받았던 이종명 의원은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아 징계가 거의 무효화 됐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당시 겨우 경고 조치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TV조선은 황교안 대표가 충돌을 뚫고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했지만, 그 충돌은 황교안 대표 스스로가 만든 겁니다. 이러한 지적 없이 황 대표의 ‘봉변’만을 그린 것을 광주시민을 봉변을 준 무례한 사람으로 그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이 주목한 황교안 대표의 바짓단(5/18)(빨간 동그라미는 민언련이 추가함)
▲TV조선이 주목한 황교안 대표의 바짓단(5/18)(빨간 동그라미는 민언련이 추가함)

 

여당이 5‧18로 총선 싸움에 나섰다며 정쟁으로 몰아붙여

기념식 바로 다음 날엔 5‧18을 정쟁화 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 <청, 벌써부터 총선? 조국까지 야 비판>(5/19 최지원 기자)이 그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 당일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됐고, 조국 민정수석 또한 SNS에 영화 대사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를 올리면서 5‧18 망언 세력을 비판해 화제가 됐습니다. TV조선은 이를 묶어 “일련의 움직임들이 내년 총선 분위기 띄우기가 시작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지원 기자는 “일각에선 청와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비판 강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라면서 5‧18 왜곡과 망언에 대한 당부의 말을 총선용 메시지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인사들이 5‧18을 추모한 일을 나열했습니다. 최지원 기자는 “청와대 전현직 인사들도 총선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조 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이 5‧18 기념식을 찾았고, 청와대 1기 참모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등이 단체 참배하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가 총선을 의식해 5‧18을 비난한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최지원 기자는 설명했지만 그 근거는 기사에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5‧18이 찾아왔으니 참배를 하는 것인데, 이를 총선용 작전으로만 보는 시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정치인이라면 늘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고,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정책을 내고 발언하는 데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합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참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정치인인 자유한국당과 극우 세력에서는 왜 5‧18 영령들에 참배하지 않고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도 소홀한 것일까요? 여당과 청와대가 총선 작전으로 쓰고 있다면, 야당에서도 5‧18에 대한 진심어린 추모와 지지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19년 5월 1일~6월 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문의 : 조선희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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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26 17:44:25
한국당원들과 국회의원이 5.18 최종심을 무시하는데, 화가 안 날 국민 어디 있을까. 입단속을 잘하고 참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꼭 국민과 일부러 싸움해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