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X101’ 투표수 조작 논란이 소비자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로듀스X101’는 그룹 아이오아이(I.O.I), 워너원(Wanna One), 아이즈원(IZ*ONE) 등 유명 인기 아이돌그룹을 잇따라 배출한 Mnet의 글로벌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의 네 번째 시리즈다.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라’는 구호가 담긴 해당 프로그램의 투표는 유료문자로 진행됐다. 

시청자들은 지난 19일 생방송으로 이뤄진 최종순위발표 이후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프듀X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프듀X진상규명위원회’ 법률대리인 마스트 법률사무소는 다음 주 중 제작진을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6일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민원이 300여 건 넘게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 Mnet '프로듀스X101' 홍보이미지. 
▲ Mnet '프로듀스X101' 홍보이미지. 

시작은 디씨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누리꾼들이 논란이 된 특이점을 찾아냈다. 우선 ‘일정한 표 차이’다. 각 등수의 앞뒤 표차가 반복된다. 1등과 2등 득표수 차이가 2만9978표인데, 3등과 4등의 차이도 2만9978표, 7등과 8등의 차이도 2만9978표다. 동일 표 차이가 반복되는 것. 이날 최종화 방송에서는 모두 20명에게 투표할 수 있었는데 무려 13명이 같은 득표 차를 보였다. 

‘토니공식’도 등장했다. 최종화에서 20위로 마감한 연습생 토니의 경우 득표수가 28만4789표다. 토니 득표수에 18등 득표수를 더하면 10등 득표수가 나온다. 토니 득표수에 17등 득표수를 더하면 9등 득표수, 16등 득표수를 더하면 8등 득표수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8등 득표수를 더하면 4등이 나오고, 7등 득표수를 더하면 3등이 나오며, 4등 득표수를 더하면 1등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일정한 수 배열이 우연으로 등장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누리꾼들은 이번 투표수에서 일정한 수학공식까지 발견했다. 미지수 x에 상수 7494.442를 곱하면 20명 중 19명이 득표수가 나왔다. 1등은 178, 2등은 174, 3등은 144에 7494.442를 곱하는 식이다. 단 한 명의 차이의 경우 계산 값에서 47을 74로 잘못 적은 결과라는 추정도 나왔다. 이에 더해 ‘아이즈원’을 탄생시킨 프로듀스 101 시즌3의 경우도 이번 논란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상수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연습생 최종득표수에는 상수 445.2178이 등장한다. 

▲Mnet '프로듀스X101' 문자투표 홍보 이미지. 
▲Mnet '프로듀스X101' 문자투표 홍보 이미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부정 선거 의혹’으로 규정하며 “오디션프로그램 투표조작은 취업 사기이자 채용비리”라고 강조한 뒤 “검찰이 수사해서라도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번 사건을 가리켜 “채용 비리의 문제이자 민주주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 공정경쟁의 문제여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투표수는 상식이 있다면 조작이라고 보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거세지자 Mnet 제작진은 지난 24일 ‘프듀X’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내고 “최종순위에는 이상이 없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제작진은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후,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도 납득이 어렵다. 연습생 간의 득표수 차이가 일정한 대목을 설명하지 못하는 해명이며,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둘째 자리로 반올림하면 0~9까지 다양한 숫자가 나와야 하지만 오로지 0과 5만 나온 점이 의혹을 더했다. 이날 사과문에는 26일 현재 1만80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문자투표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누리꾼들은 “열심히 모은 투표수 좀 보겠다는데 당당하면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태경 의원 또한 “엠넷의 해명은 수학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 엠넷은 구차한 변명을 자꾸 하지 말고 투표 원본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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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X진상규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프로듀스X101은 오로지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를 통해 글로벌 아이돌을 데뷔시킨다는 취지로 진행되어왔기에, 투표 결과의 투명성과 신뢰도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밝힌 뒤 “제작진은 최종득표수에 문제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했으나 아직도 납득 할 수 없는 변명을 지속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원본 데이터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규명위는 “투표조작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고, 101명 연습생들의 땀과 눈물을 농락한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며, 문화 권력을 독점한 미디어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기존 Mnet의 오디션프로그램에 대한 불공정성 의혹이 누적되어오다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엠넷에서 일했던 A씨는 “다른 (Mnet)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해야 하는 후보자들을 촬영 단계부터 리스트로 적어놓고 스토리라인을 짰다”며 “투표수 조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엠넷에서 일했던 B씨는 “투표수를 조작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투표수를 조작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뒤 “처음부터 데뷔 멤버를 어느 정도 정해놓고 촬영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내부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듀스X101은 팬덤 오디션프로그램이다.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방송을 통해 드러난 연습생들의 가능성을 보고 팬덤이 데뷔 여부를 100% 결정하는 프로그램으로 만약 투표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가리켜 “소비자운동 차원에서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콘텐츠를 소비한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라고 전한 뒤 “제작진의 설득력 있는 해명이 없다면 논란은 지속될 것이고 엠넷의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사태는 결국 시청자의 힘으로 진실이 드러날 전망이다.

엠넷은 26일 오후 추가 입장문을 내고 “논란이 발생한 이후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었다”며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PD의 입장을 듣고자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재로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견 진술 자리에서 제작진이 조작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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