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30주년을 맞이하는 두 조직이 있었습니다. 그 두 조직은 우리 한겨레신문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었죠. 이 두 조직에 대한 고마움이 큰 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민변 30주년에 대한 찬사를 우리 한겨레신문에 실었지요(“민변 30년, 그들을 잊으랴”) 다시 한 번 이 지면을 통해 졸고를 여러 번 실어주신 한겨레신문에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저는 한겨레신문을 이야기 할 때, 늘 “우리 한겨레신문”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로 지음(知音)처럼 여겨지는 신문이고, 너무나 가까이 느껴지는 신문이라서 우리 한겨레신문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는 저 말고도 수없이 많은 애독자들이 느끼는 참 좋은 느낌일 것입니다. “우리 한겨레”의 30주년을 작년 내내 축하했는데, 올해는 또 31년차 “청년 한겨레”의 힘찬 발걸음을 뜨겁게 응원 드립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88년 그때, 민주주의와 조국통일을 위한 진보·독립언론 한겨레가 창간된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었고, 대학생이 되던 91년 그때,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학생회실과 학회실로 배달된 한겨레를 탐독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엔 가판에서도 한겨레를 종종 구매해서 봤었죠. 백두산 천지 위에 그려져 있던 한겨레 제호의 감동은 지금도 여전하고요. 그렇게 한겨레는 진보·독립·민족·민중과 같은 단어와 바로 연결되는,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동지요, 시민사회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해온 우리사회 진보의 상징이었죠. 그렇게 한겨레를 끼고 살다가 부모님께 혼났던 일은 제 졸저 ‘되돌아보고쓰다:가난한이들을위한민주주의’ 책에도 실어놨습니다.

▲ 한겨레 창간호 1면.
▲ 한겨레 창간호 1면.

최근에도 우리 한겨레에서 기존의 수구·보수 매체와는 완전히 다른 정말 좋은 기사를 연재했고, 이는 많은 국민들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 노인요양원 시리즈 기사가 우리 한겨레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제대로 일깨워준 것입니다. 이처럼 진보·개혁 언론으로서 한겨레신문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억울하고 소외받은 이들과, 시급히 개혁·개선되어야 할 이슈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2019년 5월13일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기자가 뛰어든 요양원은 ‘감옥’이었다”로 시작된 이 연속 보도는 단숨에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7월13일 “[단독] 비리 요양원 고작 24곳? 명단 확인할 길도 없다” 후속 기사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모임에 갔을 때, 한 타사 언론인이 “기사보고 울어보기는 참 오래만이었다”고 하면서 이 시리즈 기사를 아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tbs tv의 ‘TV민생연구소’에서는 아예 권지담 기자님을 초청해 특별방송을 하기도 했고요. 타사의 신문기사로 여러 방송들이 경쟁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우리 한겨레의 가치가 더욱 빛났습니다.

또 2019년 4월9일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의 패륜, 한국 언론의 수치” 칼럼, 4월25일 “[단독]조선일보, 수원대 ‘TV조선 주식’ 적정값 2배로 되사…‘배임’ 의혹” 기사 등 누구도 비판하기 무섭고 꺼림칙해 하는 조선일보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수원대·상지대 등 사학비리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비판하는 기사와 칼럼·사설들도 참 좋았습니다. 제가 일하는 민생경제연구소에서도 민언련·언론노조·언론연대 등과 함께 조선일보 방상훈·방종오 족벌일가의 불법·비리·반사회적 언론농단 행위를 4번 연속고발하면서 조선일보 방씨 일가와의 투쟁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잘 알고 있기에 한겨레신문의 용기있는 보도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와 보도들에 대한 칭찬과는 달리, 우리 한겨레에 대한 독자들의 비판이나 진보·개혁세력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예전과 같은 선명성·진보성·민중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1991년부터 한겨레신문을 애독해왔기에, 그 변화가 더 많은 대중들과 함께 하기 위한 유연하고 능력있는 언론의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 한겨레 유튜브 ‘[영상+] 한겨레 권지담 기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갈무리. 사진=한겨레유튜브
▲ 한겨레 유튜브 ‘[영상+] 한겨레 권지담 기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갈무리. 사진=한겨레유튜브

저보다 더 한겨레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드린다는 것이 부끄럽고 쑥쓰러운 일이지만, 몇 가지 의견을 드려봅니다. 먼저, 전국에서 불철주야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진보정당 기사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그들이 시대에 뒤쳐진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진보와 개혁, 민중들의 생존권과 복지 확대를 위해 분투하는 범시민사회단체·진보개혁세력들의 활동과 한겨레가 더욱더 가까이 함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현 시기 우리 국민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문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집요한 보도와 마치 시민사회의 “이슈파이팅”과 같은 의제화가 더 시도되었으면 합니다. 문재인 정부 2년 2개월간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동시에 민중에게 사활이 걸린 이슈는 단연 “최저임금 및 소득주도 경제성장 이슈”였습니다.

재벌세력·조선일보·자유한국당등 수구기득권세력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자·서민들의 소득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지난 2년 2개월간 매일처럼 음해·왜곡 공격했는데, 한겨레도 이 이슈들을 적극 보도하기는 했지만 저들처럼 정말로 집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민중·민초들을 위한 집요한 보도는 지금보다 더욱더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민들이 너무나 과도하고 비싸기만 한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교통비·이자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 한겨레가 양극화·불평등·민생고의 주범이 되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보도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치열하게 해나가고 있는지도 걱정입니다. 저출생·고령화, 출산율 꼴찌와 자살율 1위 등의 문제는 양극화·불평등·민생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 한겨레는 양극화·불평등·민생고 문제와 국민들의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교통비·이자비용 고통 문제가 항상 보도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재 한국사회에서 올바른 진보와 개혁의 길을 가장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는 조선일보·자유한국당·전경련 및 재벌세력들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비판과 감시는 지금보다도 더 확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울어진 수구·보수 중심의 언론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겨레는 더더욱 그들과의 ‘투쟁’에 사명감을 가지고 과감히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어렵게 잘 하고 있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국민들과 독자들의 간절한 바램을 이렇게 전해봅니다.

▲ 지난해 4월28일 한겨레 1면
▲ 지난해 4월28일 한겨레 1면

작년이었죠.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한겨레의 4월28일 1면은 정말 놀라울정도로 감동적이었고, 참으로 “한겨레” 다웠습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편집이 시도된 것인데요. 신문 1면 전체와 맨 뒷면 전체를 하나로 연결해 남과 북 두 정상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압도적인 크기의 사진으로 담았는데, 많은 분들이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그날 그 신문을 따로 보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독자들과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한겨레의 모습이 거기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참된 진보와 개혁, 그리고 민주·민생·평화의 길에 늘 독자들·국민들과 함께 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끈질기게 분투하는 한겨레로 더욱 발전해나가길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지난 30년, 그리고 올해까지 31년 우리 한겨레가 있어서 참 행복했고 든든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한겨레는 분명히 더욱더 그렇게 발전하실 것을 믿습니다. 어려운 조건과 상황에서도 매일매일 큰 수고를 해주시고 계시는 우리 한겨레의 모든 구성원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해봅니다. 안진걸 올림.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 이 기고는 언론노조 한계레신문지부 노보 (7월23일)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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