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군용기가 1953년 정전협정 이래 처음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뒤 한-러 진실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4일 영공침범을 공식 부인하고 오히려 한국군의 조처가 러시아 군용기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25일자 아침신문들이 러시아의 ‘적반하장’과 정부가 자초한 혼선을 비판한 가운데, 조선일보는 ‘정부가 일본엔 강경대처하면서 중·러 도발엔 저자세’라는 주장을 폈다. 다음은 25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러시아 “영공 침범 안 해”… 정부 “사실 왜곡한 것”’
국민일보 ‘러 “침범 안했다” 발뺌 ‘허언’ 된 청와대 발표‘
동아일보 ‘“미와 호르무즈 협력” 청, 파병카드 꺼냈다’
서울신문 ‘“한 영공 침범 안했다” 러, 적반하장식 돌변“
세계일보 ‘한 영공 침범 안했다“… 하루 만에 발뺌한 러”
조선일보 ‘적반하장 러시아 “한국이 공중난동”’
중앙일보 ‘사드+징용+영공 침범 한국, 삼면이 뚫렸다’
한겨레 ‘갈등 중재없이 ‘분담금‧파병 청구서’ 내민 볼턴’
한국일보 ‘북 ‘화성-13’ 개발에 일 장비 사용됐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 부인은 전날 주한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기계 오작동”이고 “영공 침범 의도는 없었다. 깊은 유감은 표명한다”고 한 데서 말을 바꾼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24일 오전 국방부에 “러시아 공군기는 엄격하게 국제법 규정에 따라 비행했다”며 “한국의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공군기 1대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실 왜곡”이라며 “이(영공침범)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다”고 반발했다. 러시아는 대사대리를 통해 진상조사 뜻을 밝혔다.

▲25일자 국민일보 2면
▲25일자 국민일보 2면
▲25일자 서울신문 1면 머리기사
▲25일자 서울신문 1면 머리기사

 

이날 대다수 신문이 러시아의 ‘말바꾸기’를 정면 비판했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이 기사 제목에 ‘적반하장’ ‘발뺌’ 등 단어를 써 비판했다. 한겨레와 서울신문 등은 러시아가 지금이라도 침범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섣부른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24일 오전 주한 러시아 대사관 무관의 유감표명을 발표했다가 이날 저녁 뒤늦게 정정했다. 이에 한겨레는 “기초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직접 나섰다가 오히려 신뢰를 갉아먹은 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초유의 안보 상황을 맞닥뜨린 청와대가 사건 파장을 축소하려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내놨다.

러시아가 고의로 영공침범을 했는지, 왜 말을 바꿨는지 여러 해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러시아의 당초 해명처럼 영공 침범이 기계 오작동에 의한 실수였다면, 한미일을 겨냥해 러시아와 중국이 처음 실시한 연합 초계비행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은 국방부 관계자 말을 빌려 △9km 가량 깊숙이 들어갔고 △두 차례 침범한 걸 근거로 고의성이 짙다는 판단했다.

▲25일자 한겨레 사설
▲25일자 한겨레 사설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중·러가 한미일의 약한 고리인 한일 틈새를 노린 것은 미국을 조준한 도발이라는 점을 미국 당국은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 입장을 고려한 미국의 중재 노력”을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와 사설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정부 대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24일 ‘일본의 경제보복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작 하루 전 중‧러의 영공 침해에 대해선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일본 대사관 앞에 몰려가 아베규탄 촛불 집회를 갖던 100여개 시민단체도 중‧러 도발엔 잠잠하기만 하다”고 했다. 1면 머리기사에선 “국방부도 이날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지만, 중·러의 도발엔 한 마디 항의나 비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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