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 지역 총국이 어이없는 방송 사고를 냈다.

KBS 대구총국은 지난 21일 밤 9시30분부터 지역뉴스를 내보냈는데 아나운서가 설명한 보도 내용과 전혀 무관한 보도 화면이 나왔다. 심각한 것은 리포팅 한 건에 그친 게 아니라 이날 지역뉴스 전체에 걸쳐 소위 원고와 그림이 불일치했다. 대형 사고에 가깝다.

이날 방송에서 아나운서는 대구시의 정부 혁신 사업 공모 탈락 소식을 전하고 대구시의 후속 대책 마련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나운서 설명 직후 송출된 보도 화면은 관련 보도와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대구총국은 관련 보도 화면으로 경북 상주시의 지진을 다룬 자료 화면을 내보냈다.

방송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나운서는 대구시가 폭염을 앞두고 오는 9월까지 온열질환 감시 체계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보도 화면엔 엉뚱하게 경찰 특공대가 모의훈련하는 모습이 나왔다. 5분여 동안 방송사고가 이어졌다.

대구총국은 방송사고 분 다시보기 콘텐츠(모바일 웹 콘텐츠 포함)를 삭제했다. 대구총국 홈페이지에선 21일분 방송 자체를 아예 볼 수 없다. 방송 사고 경위에 대해선 ‘제작진의 부주의’라고 간단히 밝혔다.

방송사고 다음날 22일 KBS 대구총국은 뉴스를 시작하면서 “제작진의 부주의로 기사 내용과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 등 진행에 큰 차질이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방송 사고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유형이다.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하거나 틀려 오보하는 경우가 있다. 라이브 현장에서 리포팅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송출 화면과 아나운서 보도 설명이 일치하지 않은 것은 총체적 시스템 부실로 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대구총국에 따르면 방송사고는 아나운서와 책임 PD 사이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긴급 대처도 하지 못하면서 생긴 일로 드러났다.

▲ 22일 KBS대구총국은 전날 방송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 KBS대구총국은 지난 22일 9시뉴스에서 전날 방송사고를 사과했다.

김영재 보도국장은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와 뉴스 전체를 진행하는 PD가 서로 다른 큐시트를 갖고 뉴스를 하면서 원고하고 그림이 안 맞아 버렸다”며 “첫 보도가 나가고 문제를 인지하고 사고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즉각 판단해야 하는데 여의치 못해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앵커가 전한 뉴스는 다음날인 22일 아침에 나갈 원고였고, 방송 화면은 당일 뉴스 자료 화면이어서 불일치했다는 것이다.

김영재 보도국장은 “앵커는 가져가야 할 원고 대신 다른 원고를 들고 가 진행하기 앞서 한번 더 확인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진행 PD는 뉴스 시작 전 앵커가 갖고 있는 원고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구총국은 방송 사고를 인지하고 22일 당일 본사에 보고했다. 대구총국은 심의평정위원회를 열어 방송 사고에 책임 경중을 따질 예정이다.

지역민들은 허탈한 모습이다. 한 시청자는 “잘못된 뉴스가 나갔으면 즉시 수습해야 하는데 아무 조치 없이 계속 방송사고가 이어진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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