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정치권이 허위조작정보 대책 논의 때 정부와 이견을 보인 일로 경질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가짜뉴스’를 ‘범죄와의 전쟁’ 선포하듯 몰아붙이고 있는 반면 이 위원장은 이와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며 “누군가 이 위원장에 사퇴를 종용, 압박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방통위는 독립기구로 위원장 임기가 법으로 3년이 보장된다. 이 위원장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1년이나 남았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물러날 이유가 없다”며 “정권 말을 잘 듣는 위원장으로 교체해 내년 총선에 행동대장으로 쓰려는 것이냐”라고 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23일 “갑작스러운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기저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소문이 나오고 있다. ‘가짜뉴스’ 문제가 결정적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방통위를 바라보는 정부의 안이하고 무지한 인식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이날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가짜뉴스’ 관련 규제 방안을 두고 여권과 마찰을 빚은 터라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이 궁금하다”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의 말을 잘 듣는 위원장을 앉혀 여권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23일 뉴시스 기자에게 “외압은 없었다”며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의견 차이가 원인이 돼서 사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효성 위원장이 외압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른 국무위원과 달리 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해 임기를 법으로 보장한 방통위원장의 임기 도중 사퇴는 사실상 ‘경질’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효성 위원장처럼 사퇴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 때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연임 임기 도중 사퇴했지만 당시 측근 비리 혐의가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이계철 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정권 교체를 이유로 물러났다. 

지난해 이낙연 국무총리 주도로 허위조작정보 범정부 대책을 추진할 때 이효성 위원장은 허위정보의 기준이 모호한 점 등을 이유로 자율규제 중심 정책을 제시해 국무회의에서 ‘퇴짜’를 맞았다. 이후 방통위는 정책을 보완할 계획이었으나 허위조작정보 대책 초안이 공개되고 방통위의 초안조차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범정부 대책 마련은 무산됐다.

이후 정부와 방통위의 엇박자가 이어졌다. 이효성 위원장은 비대칭 규제 해소를 이유로 올해 상반기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정부가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무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 방통위의 부실한 재난방송 대응도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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