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내괴롭힘은 가해자가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기에 본질적으로 권력 작용이다. 권력이 무엇이고 어떠한 속성을 가졌기에 법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가 이야기해 보자. 

권력은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출현했다. 권력의 정의항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내 생각을 타인에게 관철시키는 힘’이라 볼 수 있다. 권력은 권력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대방에 대한 배타적 지배력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그러나 독점 권력 내지 배타적 권력은 계속 성공하기 어렵다. 권력의 성공여부는 역설적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필요로 해서다. 권력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권력의 작용 영역을 동의 받지 못한 영역까지 확대할 때 생긴다. 동의하지 않은 영역에서 권력 작용을 느낄 때 우리는 그것을 부당하다고 느낀다. 

현대사회에서 권력 작용을 가장 크게 피부로 느끼는 장소는 직장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임금이라는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회사의 규율과 시스템, 상사의 지시와 명령 같은 권력 행사에 동의한다. 이 때의 동의는 전인격적 관계에 대한 동의가 아닌 ‘업무와 관련된 합리적 지시와 명령’으로 제한적이다. 사용자가 동의 받지 못한 범주까지 권력을 행사하면 범주의 오류(Category Mistake)를 범하는 셈이다. 이를 카테고리 혼돈으로 부른다. 

노동관계에서 카테고리 혼돈은 권력 행사를 업무상 필요한 범위(동의된 범주)를 넘어 사적인 부분(동의되지 않은 범주)까지 확장할 때 발생한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노동법상 많은 문제들 특히 성희롱과 직장내 괴롭힘, 그로 인한 부당 징계와 해고는 본질적으로 동의 받지 못한 영역에서 권력이 작동해서 생긴다. 이런 건 서울노동권익센터 상담사례에도 자주 등장한다. 회식에 불참하는 직원 태도가 못마땅해 상급자가 결재를 안 하거나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전형적 사례다. 상급자 입장에서 ‘회식’은 곧 ‘업무’ 연장이기에 불참하면 업무 태만과 같다. 따라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해당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한 권력행사다. 반면 노동자와 제3자가 보기에 ‘회식’과 ‘업무’는 엄연히 다른 범주라서 업무배제는 관련 없는 범주를 이유로 한 부당한 권력행사다. 

노동자에게 근로제공의무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사용자의 무제한적 권리가 나오진 않는다. 노동자는 ‘사전에 근로계약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만’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를 의무가 있다. 동의한 바 없는 부분을 강제하려고 교묘한 술수로 압력을 행사하는 직장내 괴롭힘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회식 참여를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이에 따를 의무가 없고 사용자는 회식 불참을 이유로 업무배제할 권리가 없다. 

권력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자기분열세포와 같다. 상대방에 완전한 지배력을 확인하려고 계속 자기증식을 멈추지 않는다. 일단 상대방의 굴복을 확인한 뒤에도 그것을 유지하고 확장하는데 골몰한다. 

권력의 속성을 고려할 때 권력자는 항상 자신이 범주오류를 저지르지 않고 올바르게 권력을 사용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권력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동의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것이기에. 동의 없는 권력은 결국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 만약 권력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기에 이른다면 사내 규칙과 법률로 규율돼야 한다. 권력자의 자기반성과 권리남용에 외부 규율이 정상 작동할 때 비로소 직장내 부당한 권력행사가 근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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